튀니지 외국회사 철수 여파 4만명 실업
시리아 내전 지속에 경제수준 1/5 추락
리비아등 일부국가는 정상화 조짐 위안
석유수출·건설산업 불안속 호황 가능성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불었던 ‘아랍의 봄’ 국가들은 독재자 축출 이후에도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최근 “북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의 반독재ㆍ반정부 운동 이후 정치ㆍ사회적 불안이 지속하면서 주 수입원이던 관광산업이 무너졌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들 국가를 외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6일 ‘피의 금요일’을 겪은 이집트는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경제성장률이 아랍의 봄 직전인 2010년 5.2%에서 2011년 1.7%, 2012년 2.2%, 올해는 2%로 부진할 전망이다. 관광산업 종사자 150만명의 생활고도 심각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집트 화폐인 파운드화 가치가 10% 이상 떨어지면서 수입물가가 상승해 식료품가격 지수는 3년 만에 50%나 뛰었다.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아랍의 봄 이전인 2008년 70억달러 수준에서 작년 28억달러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또 이집트의 재정적자는 임금인상과 식량 및 에너지 보조금 지급 여파로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12%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동 이웃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에서 빌린 120억달러가 없었다면 이집트에서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청년실업은 30%에 육박한다.
온건 이슬람 세력이 집권한 튀니지는 민주화 시위 이후 120개의 외국인 회사가 매장을 철수하면서 4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외국인 자본 투자도 25% 이상 줄었다.
또한 프랑스 등 유럽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경제 회복의 열쇠를 쥔 관광산업이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다만, 지난 6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앞으로 3년 동안 17억달러의 지원을 받기로 협약을 체결하면서 경제에 숨통이 트였다.
2년이 넘는 내전으로 사망자가 10만명을 넘어선 시리아의 경제는 5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고, 인플레이션은 40%까지 치솟았다. IMF의 시리아 경제성장률은 2010년 이후 집계가 중단된 상태다.
반면 42년 철권통치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리비아는 석유 수출에 힘입어 경제 상황이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리비아는 6개월간의 내전으로 석유산업이 마비되면서 경제가 50% 급감해 150억달러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이후 석유산업 정상화로 막대한 돈을 벌면서 리비아는 자국의 4년 수입액에 해당하는 1200억달러의 외화를 보유하고 있다고 르피가로는 전했다. 리비아의 석유 생산은 GDP의 60∼7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고, 석유 수출액은 국가 전체 수출의 96%에 달한다.
건설산업도 뜻밖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리비아의 도시 미스라타의 경우 반정부 시위로 거의 붕괴되다시피 했지만 리비아의 건설과 석유회사들이 ‘골드러시’라고 말할 정도로 개발사업 붐이 일고 있다.
IMF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부문 대표 마수드 아메드는 “아랍의 봄 국가들의 경제 상황은 식량과 에너지 보조에 따른 추가 지출로 더욱 악화하고 있다”며 “정치적 혼란이 민간 투자에 타격을 주면서 지난 2년간 경제 회복은 민간 활동이 아닌 정부 지출에 연명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IMF는 “아랍의 봄을 겪은 국가들은 향후 3년간 경제 재건을 위해 16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