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가 이끄는 과도정부는 유혈 충돌 발생 이틀째인 15일(현지시간) 시위대 진압에 실탄 사용을 공식화하고 무슬림형제단은 한층 더 강도 높은 시위를 예고해 새로운 충돌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이집트와의 합동 군사훈련을 취소한다고 밝히는 등 국제사회에서 이집트 군부의 무력 진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이집트 보건부는 군경과 시위대의 유혈 충돌로 지금까지 최소 638명(군경 사망자 43명 포함)이 사망하고 4000여 명이 부상했다고 15일 밝혔다. 반면 무슬림형제단은 이번 사태로 약 2600명이 숨지고 1만 명이 다쳤다고 밝혀 정부 통계를 훨씬 웃도는 수치를 내놨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집트 보건부는 무르시 지지자의 최대 집결지인 카이로 나스르시티의 라바 광장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이곳에서만 288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또 다른 무르시 지지자 집결지인 나흐다 광장에서는 90명이 사망했다고 보건부는 밝혔다.
이집트 정부가 전날 발표한 사망자 통계에는 나스르시티 엘이맘 사원에 늘어선 시신들의 숫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새로 발표한 통계에 이들 숫자가 포함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시신의 부패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2차 피해의 우려도 커진 가운데, 정부 당국이 시신 매장을 막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무슬림형제단은 신원이 확인된 일부 희생자의 장례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집트 내무부는 15일 성명에서 정부 소유 건물과 경찰에 대한 공격에는 실탄을 사용하도록 모든 경찰에 지시했다.
이 지시는 이날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슬람 세력이 경찰 2명을 살해하고,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로 유명한 카이로 인근 기자(Giza)에 있는 지방정부 소유 건물 2개 동에 난입해 불을 낸 이후 나왔다.
무슬림형제단의 공식 웹사이트인 ‘이크완온라인’은 이날 무르시 지지자 수천 명이 기자 지역을 행진하는 과정에서 친 군부 민병대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정부 건물 방화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이집트 곳곳에서 경찰서와 기독교 교회 건물 등이 불에 탔다.
이집트 2대 도시인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이슬람 시위대와 반(反) 무르시 시위대가 총격을 주고받아 부상자가 속출했다고 현지 경찰과 목격자들이 전했다.
남부 도시 아시우트와 북부 시나이 반도의 알 아리쉬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경찰서에 난입하는 과정에서 경찰 최소 6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무슬림형제단은 지지자들에게 16일에도 더 강도 높은 시위를 이어가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서 추가 충돌이 우려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 이집트 군부의 시위대 유혈 진압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또한 미국 국무부는 자국민에 대해 즉각 출국할 것을 권고했다.
덴마크 정부는 이집트에 530만 달러(약 60억원) 상당의 대외원조기금 집행을 중단했다고 발표했고 노르웨이는 최근 이집트에 군사장비 수출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정부는 이집트에 거주하는 국민 6천 명에게 출국을 촉구했으며, 러시아는 이집트에 여행 중인 러시아인 6만 명에게 소요 사태가 발생한 대도시에 가지 말라고 권고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집트 사태 희생자와 가족에게 위로를 전하며 “이집트는 물론 전 세계의 평화와 대화 그리고 화해를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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