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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출구전략 - 中 경기둔화…아시아 자금조달 ‘빨간불’
인도 경상적자 급증 루피화 폭락
印尼 국채금리 급등 8%선 위협


아시아 지역의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의 양적완화 연내 축소가 가시화한데다 중국의 경기 둔화로 역내 국가 경제가 동반 하락하면서 아시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자금 조달 비용 상승에 직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보도했다.

우선, 미국 출구전략 여파로 글로벌 자금이 아시아에서 대거 이탈한 것이 아시아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자금 조사업체 EPFR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6월과 7월 사이 아시아 채권에서 유출된 금액이 60억달러(6조7020억원)에 달했다. 미국의 양적완화가 임박하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2.75%수준까지 상승한 것이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을 부추겼다.

이 여파로 올 초 5%를 밑돌았던 인도네시아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2년 만에 8%선을 위협했다. 또 말레이시아의 국채 금리는 지난주 4.06%로 2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둔화로 원자재 수요가 감소하자 동남아 국가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원자재 수출이 감소하면서 경상수지 적자는 더욱 확대됐고, 루피아화 가치는 바닥없이 추락했다. 인도네시아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5.9%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6%아래로 주저앉았다. 경기가 둔화하자 인도네시아의 CIMB니아가은행은 최근 2억4000만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인도는 더 심각하다. 경상수지 적자-정부 부채 급증과 함께 루피화 가치는 6개월간 12% 폭락했다. 투자자를 찾지 못한 인도의 국영 석유회사는 지난 7월 말 5억달러 규모의 10년물 채권 발행 금리로 5.75%를 제공해야 했다. 이는 지난 4월 비슷한 에너지 기업이 채권 발행에 3.75%의 금리를 지불한 것에 비하면 큰 격차다. 또 신디케이트은행과 카나라은행 등 인도 은행은 채권 발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경상수지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나라의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대비 53%로, 선진국보다는 낮지만 아시아권에서 최고 수준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말레이시아의 A-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자금 경색으로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 3년물 AAA-등급 회사채 금리는 지난 4월 4.4%에서 최근 4.9%로 올랐다.

WSJ은 “아시아 지역의 글로벌 자금 이탈이 1997~1998년 외환위기를 재연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부 부채 증가가 잠재적인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는 아시아 신흥국의 민ㆍ관 합계 총 부채가 2008년 GDP의 133%에서 2012년 중반 155%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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