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77)이 13일(현지시간) 세계적인 IT기업 애플의 지분 대량 매입 사실을 밝히자 애플의 주가가 급등했다. 반면 최근 건강보조식품 업체 허벌라이프를 두고 아이칸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던 빌 애크먼(47)은 같은날 미국 대형 백화점 체인인 JC페니 이사직에서 물러나고 회사 주가는 올해만 33%나 떨어져 두 사람의 행보가 대비되고 있다.
헤지펀드 회사인 퍼싱스퀘어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애크먼은 보유한 지분의 가치를 끌어올리도록 경영진을 압박하는 행동주의 투자자로 이름이 높다. JC페니의 지분 18%를 보유하고 있는 그는 지난 4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마이크 울먼 CEO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이사진에 교체를 요구해왔다. 최근 30~45일 안에 CEO직을 사퇴하라고 강력히 주장한 바 있으며 로이터는 “이 일이 이사회 내에서 충돌을 일으켜 애크먼의 이사직 사퇴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퇴진요구는 JC페니의 주가하락에서 비롯됐다. JC페니의 주가는 이날 종가기준 3.72%나 떨어진 12.68달러를 기록했고 이는 1년 전에 비해 44.07% 하락한 수치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크먼의 투자로 인한 잠재적 손실이 7억 달러(약 7812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애플에 10억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아이칸은 이날 주가가 4.75%나 올랐다. 투자 발표 하루 만에 4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번 셈이다.
두 사람의 희비가 엇갈렸던 적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애크먼은 허벌라이프를 ‘불법 피라미드 회사’라고 비난하며 회사 지분 20%에 해당하는 2000만여 주(약 11억 달러)를 팔아치웠으나 아이칸은 회사 편에 서서 허벌라이프의 주식을 매입했다. 그는 2월 자신이 회사 지분 12.98%를 갖고 있다고 발표했으며 지난 6개월 동안 주가는 80%가까이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재 가치로 계산했을때 애크먼이 공매도로 3억1000만 달러를 잃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애크먼은 지난달 허벌라이프 2분기 실적 호조에 주가가 상승하자 회계분야를 문제삼았지만, 이는 패자의 의미없는 공격일 뿐이었다.
한편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도 지난달 허벌라이프 투자에 가세했고, 그도 역시 최근 JC페니의 경영진 문제에서 애크먼과 맞붙었다. 지난 4월 JC페니 주식 7.9%를 매입하며 4대 주주로 이름을 올린 소로스는 회사 편에 서서 울먼 CEO를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애크만의 퍼싱스퀘어펀드에 투자한 2억5000만 달러의 자금을 모두 회수한다고 압력을 넣기도 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