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부고 직접 쓴 美여성작가
죽음 앞에 담담한 글 큰 반향
‘이 아름다운 날, 여기 있어 행복했다.’
지난달 28일, 6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미국 여성 작가 제인 로터<사진>의 장례식에서 유족들이 나눠준 배지에 써 있는 말이다.
죽음 앞에서는 동ㆍ서양 문학인의 경계도 사라지는 것일까.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로 이어지는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의 한 구절을 떠오르게 한다.
그런데 제인 로터가 사후 세인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죽기 전 자신의 부고를 직접 써서 남겼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지 시애틀타임스에는 지난 28일 그녀가 남긴 761단어의 부고가 고스란히 실렸다. 본인이 직접 써 신문에까지 실제 게재된 부고는 SNS를 통해 미 전역에 퍼졌고 이달 초 뉴욕타임스(NYT), USA투데이 등 유력 매체들이 인용 보도하면서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유머 칼럼니스트였던 그녀는 죽음을 앞두고 담담하게 죽음을 관조하며 유머감각마저 잃지 않았다. 부고에 자신의 저서를 아마존닷컴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홍보성 발언, 유머감각을 더 보여주고 싶지만 지면 한계상 생략하겠다는 농담을 남겨놓았다.
그녀는 “남편을 만난 1975년 11월 22일이 자기 인생에서 가장 운 좋은 날이었다”며 “밥(남편 애칭) 당신을 하늘만큼 사랑해”라고 적었다. 아들과 딸에게는 “인생에서 만난 장애물 자체가 곧 길”이라는 조언을 남겼다.
부고 말미에는 그녀의 낙관적 사고방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로터는 “내가 바꿀 수 없는 일로 슬퍼하지 말고 내 충만했던 삶에 기뻐하기로 했다. 태양, 달, 호숫가 산책, 아기가 내 손을 잡던 순간…. 이 신나는 세상에서 나는 이제 영원한 휴가를 떠난다”고 적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날, 여기 있어 행복했다. 사랑을 담아, 제인”이라고 끝맺었다. 남편 밥은 NYT에 “그녀는 마지막 순간에도 창가에 만들어놓은 새 집에 벌새가 날아드는 것을 보고 싶다”며 “콘택트렌즈를 빼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