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최근 미국 정부가 국민의 세금 부담을 덜겠다고 나선 가운데, 세금이 더 낮은 유럽 국가들에 둥지를 틀어 ‘세(稅)테크’에 나서는 기업과 개인들이 늘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법인세와 송금세 탓에 기업 부담이 크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의 역외 탈세 의혹을 집중 조사한 의회 청문회 자리에서 “우리가 해외 자금을 들여오지 못하는 가장 큰 장벽은 바로 35%라는 비이성적 세율”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기업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아예 본사와 사업 전체를 유럽으로 옮기는 ‘세금 자리바꿈(tax inversion)’을 시도하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이를 위해 미국 기업들은 유럽 기업들과의 인수ㆍ합병(M&A)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미국의 제약사 페리고는 아일랜드 생명공학기업 엘란을 인수한 데 이어 아일랜드로 본사 이전을 추진 중이다. 페리고는 이를 통해 세금을 연평균 1억1800만달러를 절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복제약 제조사 액타비스도 아일랜드 제약사 워너 칠콧을 인수해 아일랜드로 본사를 이동시킬 예정이다. 이로써 세율을 28%에서 17%로 낮춘다는 복안이다.
지난달 세계 2위 광고기업인 미국의 옴니컴이 350억달러의 출혈을 감수하고 퍼블리시스와 합병, 네덜란드에 본사를 세우기로 한 것도 매년 8000억달러의 세금 절감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인 것으로 FT는 분석했다.
이같은 기업들의 움직임에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현재 35%에서 28%로 낮추는 대타협안(Great Bargain)을 공화당에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로펌 설리번앤크롬웰의 프랭크 아킬라 변호사는 “미국 정부가 가까운 미래에 세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기업들에 퍼져 있어 ‘세금 자리바꿈’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세금 부담 증가로 이민을 고려하는 미국인도 늘고 있다고 12일 전했다.
미국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재외 미국인 중 시민권을 포기한 인구는 1130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 679명보다 크게 웃도는 기록으로, 지난 2012년 전체 국적 포기자 수보다도 대폭 상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문은 미국 정부가 지난 2010년 세수 확보를 위해 ‘해외금융계좌신고법’(FATCA)을 마련, 해외에 거주하는 미국인에게 일정 금액 이상의 거래계좌를 보유할 경우 미국 정부에 보고하고 세금을 물도록 한 조치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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