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네안데르탈인의 손재주가 현생인류보다 더 뛰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약 4만년 전 현생인류의 등장과 맞물려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짐승뼈 도구를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현생인류가 이들로부터 이런 기술을 배웠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와 NBC 뉴스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과 프랑스 과학자들은 프랑스 남부의 네안데르탈인 유적지 두 곳에서 4만5000~4만7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도구를 발견했다고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가죽을 손질하는데 사용된 흔적이 남아 있는 이 도구들은 서로 다른 두 곳에서 발견돼 이런 도구의 제작이 우연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뼈 도구들이 발견된 두 곳은 네안데르탈인의 석기들과 말, 순록, 붉은사슴, 들소 등 사냥으로 잡은 동물들의 뼈가 발견된 곳으로 이후 현생인류가 살지 않아 순수한 네안데르탈인의 유적지로 꼽히는 곳이다.
연구진은 지금도 가죽 가공에 널리 사용되며 ‘리수아르’(lissoir: 압연)로 불리는 이런 도구는 네안데르탈인이 최초로 제작한 것을 현생인류가 전수했거나 이들과 현생인류가 각각 독자적으로 같은 도구를 만들어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네안데르탈인들이 순록이나 붉은사슴의 갈비뼈 끝부분으로 만든 이 도구가 국수방망이 같은 방식으로 일정한 압력을 가해 가죽을 부드럽고 매끈하게 만드는데 사용됐을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이런 도구는 현생인류의 것으로만 알려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생인류가 처음 유럽에 도착했을 때 사용했던 뼈도구는 끝이 뾰족한 것 뿐이었지만 곧 리수아르를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새로 발견된 리수아르는 “네안데르탈인들이 동물 뼈로 다른 것을 만들수 있다고 생각했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증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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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앞선 시기에 매머드의 갈비뼈로 만들어진 네안데르탈인 뼈 연장은 석기처럼 쪼개거나 끌질이 돼 있어 이들이 동물 뼈를 새로운 재료로 여기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된 뼈 도구가 실제로 어디에 쓰였는지 알아보기 위해 소의 갈비뼈로 유사한 도구를 만들어 동물 가죽을 손질하는데 사용하는 실험을 해 본 결과 소 뼈에 생긴 긁히고 떨어져 나간 자국들이 고대 리수아르의 자국들과 매우 비슷했고 이보다 수천년 뒤 현생인류가 사용했던 리수아르의 자국들과도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학자들은 “리수아르는 매우 효율이 높은 도구라서 5만년 전에 만들어진 형태가 여태껏 거의 바뀌지 않고 사용되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현생인류가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유일한 네안데르탈인의 도구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네안데르탈인의 리수아르 복제품을 몇 개 더 만들어 실험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 흔적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보다 시기적으로 더 앞선 비슷한 뼈도구가 있는지 조사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네안데르탈인의 문화적 능력과 관련해 학계에서는 이들이 현생인류와 비슷한 수준이었을 것이라는 견해와 이들이 현생인류와 마주친 후에야 비로소 유사한 능력을 갖게 됐을 것이라는 의견이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