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의 안이한 조세 행정은 국민의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킨다. 하우스푸어·렌트푸어로 등골이 휜 중산층의 살림살이는 더 고달파진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으로 세제개편안이 원점 재검토에 들어간 것은 늦게나마 다행스럽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과거사 역주행이 도를 넘고 있다. 침략의 과거사를 부정하는 망발을 일삼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이웃나라를 선제공격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을 위한 개헌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8ㆍ15’를 앞두고는 더 교묘한 방법으로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와 독도 도발을 일삼고 있다. 이 같은 아베의 우경화 행보 저변에는 선거를 통해 앞으로 최소 3년간 안정적인 집권을 보장받았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아베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자민당의 오랜 맞수였던 민주당이었다. 지난 2009년 민주당은 54년 만에 자민당 일당 지배 체제를 무너뜨리고 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5%인 소비세율을 2015년까지 10%로 올리는 방안을 내놨다가 작년 총선에서 자민당에 참패한 이후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민주당의 어설픈 증세(增稅)정책이 일본 군국주의 망령을 깨우고 있는 아베의 자민당 정권을 환생시킨 꼴이 됐다.
과거 노무현 정권도 세금폭탄의 저주를 받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정부 주도의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집권 5년간 전국 땅값은 두 배 이상 폭등했다. 시중에 풀린 수십조원의 토지보상금은 주택시장으로 유입돼 집값 불안을 부추겼다. 이에 2003년 10ㆍ29대책 등 12번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되레 더 올랐다. 종합부동산세 등 징벌적인 ‘세금폭탄’에 집 가진 국민은 분노했고, 집 없는 서민은 집값 폭등으로 좌절했다. 결국, 당시 집권당이던 열린우리당은 세금폭탄의 저주로 선거필패의 오명을 남기고 자멸했다.
이처럼 집권 여당의 안이한 조세 행정은 국민의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킨다. 하우스푸어ㆍ렌트푸어로 등골이 휜 중산층의 살림살이는 더 고달파진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으로 세제개편안이 ‘원점 재검토’에 들어간 것은 늦게나마 다행스럽다.
재검토가 끝난 후에는 중산층 세금폭탄 논란을 촉발시킨 경제라인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27억원이 넘는 재력가인 조원동 경제수석에게는 16만원이라는 세금이 ‘깃털’ 수준일지 몰라도 연봉 3450만원짜리 중산층에게는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다. 당장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나는데도 ‘증세가 아니다’는 억지와 꼼수는 국민의 공분을 키울 뿐이다. 능력 여부를 떠나, 국민을 섬길 줄 모르는 위정자는 곤란하다.
차제에 ‘복지와 증세’에 대한 진지한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서민가계가 허리를 펼 때까지 복지를 위한 증세는 변호사와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과 부유층 등에 국한해야 한다. 연봉 7000만원은 돼야 남을 위해 베풀 여유가 생긴다. 저소득층의 복지를 위해,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가뜩이나 어려운 중산층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글로벌 금융위기로 더 얇아진 중산층과 영세 자영업자를 육성하기 위한 지원책을 과감히 늘려야 한다.
대신, 중산층이 두터워져 고통을 분담할 수 있을 때까지는 복지 수혜 대상을 최극빈층으로 좁혀야 한다. 세금 없는 복지는 신기루이자, 망국적 표퓰리즘이다. 이제 우리 국민도 차가운 현실을 직시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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