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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노믹스의 ‘자만’…길거리 경기 4개월째 하락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경기부양책 ‘아베노믹스’가 벌써부터 자만에 빠진 것일까. 일본 체감 경기의 대표격인 길거리 경기지수가 맥을 못추고 4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동력이 초반만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본의 길거리 경기가 엔저와 주가 상승으로 승승장구하던 아베노믹스의 후광 효과를 미처 맛볼 겨를도 없이 하락세를 지속하자 아베노믹스 과신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길거리 경기지표는 4개월 연속 하락했다. 7월 경기 현황수준 판단지수는 48.5로, 기준인 50을 5개월 만에 밑돌았다. 지수가 50보다 높으면 확장, 낮으면 위축을 의미한다.

실제로 아베노믹스 시행 초기 엔저를 등에 업고 호황을 보였던 고가품 매출이 시들해졌다. 시계와 쥬얼리 등 해외 명품 브랜드가 엔화 약세에 몇차례 가격을 인상하면서 판매량은 급감했다. 대대적 여름 세일 기간에도 백화점 매장을 찾는 손님의 수는 크게 줄었다.

소비세 인상 논란도 소비심리 위축을 자극했다. 일본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가 넘는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현재 5%인 소비세를 내년 4월 8%로 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은 임금이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세가 인상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열었던 지갑을 다시 닫고 있다. 여기에 40도를 웃도는 폭염과 게릴라성 폭우가 겹쳐 길거리 상인들의 경기 전망을 더욱 암울하게 했다.

일본의 ‘길거리 쇼크’는 주식시장 급락으로 이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7월 21일 참의원 선거 이후 2주 연속 일본 주식을 순매도했다. 적극적인 국내 투자자들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금융기관은 보유 주식의 수익 확정을 위해 풋옵션(주식 매각 권리) 매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8일 도쿄 증시는 6월 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밀려났다. 일본은행(BOJ)이 시장의 예상대로 추가 경기부양 조치를 보류하자 엔화 강세에 힘이 실리면서 일본 증시는 전날보다 4% 급락, 일주일만에 1만4000선을 내주고 지난 6월 27일 이후 한달 반 만에 최저치(1만3605.56)로 추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다키타 요이치 편집위원은 “주가 상승과 소비 호전 등 경기 선순환을 촉진해온 것은 아베노믹스의 공적이지만, 그 속도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기 시작했다”며 “정책 입안자들에게 자만심의 그림자가 보이면 지금까지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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