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대마불사’라는 옛 아성에 파묻혀 생존해 온 유럽 은행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 은행들이 재무 건전성에 관한 새로운 국제 협약인 바젤 III에 부응하려면 향후 5년인 2018년까지 3조2000억 유로의 자산을 더 매각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영국 최대 국영 은행인 RBS 분석을 바탕으로 유럽 대형 은행들은 향후 5년간 6610억 유로의 자산을 매각해야 하고 470억 유로의 자본을 보강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자본 보강이 필요한 은행으로 도이체방크, 크레디 아그리콜, 바클레이스 등이 꼽혔다.
그밖에 중소 은행의 채무가 특히 심해 2조6000억 유로의 자산 처분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베렌베르크 뱅크의 제임스 차펠은 “유럽의 채무가 여전히 너무 방대하다”면서 “은행 재무 구조에 그 문제점이 특히 드러나고 있다”며 “가장 큰 문제는 은행이 여전히 (부실) 채권을 상각할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자산까지 대거 매각하게 되면 여신 경색이 더 심각해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유럽 지역 은행은 지난해 5월 이후 2조9000억 유로의 채무를 줄였다.
FT는 도이체방크는 2년 6개월 안에 자산을 5분의 1 축소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바클레이스도 채무를 650억∼800억 유로 줄인다는 목표를 상정해 놓고 있다고 전했다.
바클레이스는 지난달 58억 유로의 증자를 발표했다.
유럽 은행의 자산은 모두 합쳐 32조 유로로 유럽 역내 국내총생산(GDP)의 3배에 달한다.
한편, 11일(현지시간) ECB 분석에 따르면 유로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4년 간 유럽 전역에서 비용 감축을 위해 약 2만 개의 지점을 닫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금융 위기 이후 역내 은행 지점의 약 8%가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전체의 2.5%인 5500여개 지점이 정리됐다.
그 중에서도 스페인의 은행 지점이 가장 많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지점이 이처럼 줄어든 데는 온라인 은행 활성화도 주요 요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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