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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은 왜 인도에 꽂혔나
박민준 코트라 첸나이무역관장
2007년 8월, 당시 일본 총리인 아베신조는 인도 동부의 캘커타를 찾아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무죄를 선고한 팔 판사의 아들을 접견했다. 팔 판사는 불소급원칙을 이유로 일본의 A급 전범에 대해 무죄를 주장한 인도인이며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팔 판사의 용감한 행동(?)이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야스쿠니 신사에는 팔 판사 공적비가 설치되어 있을 정도이다.

팔 판사로 상징되는 근세 이후 인도와 일본 간의 우호관계는 인도 독립투쟁 단계에서 있었던 군사협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인도의 독립투사 찬드라 보세가 일본이 제공한 인도인 포로들을 규합하여 영국과의 무력투쟁에 나섰던 것이다.

근대 이후 지속된 호감을 바탕으로 최근 양국은 전방위적 협력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월 일본에서 개최된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원자력을 비롯한 인도 인프라 개발과 안보협력방안이 활발하게 토의 됐다. 일본 해상자위대 비행정 ‘US-2‘기의 수출을 검토하는 등 군사 분야의 협력도 활발하다. 인프라 개발과 관련해서는 뭄바이 지하철 건설, 인도 공대 하이데라바드 캠퍼스(IIT-Hyderabad) 신설 등 굵직한 프로젝트가 발표되었으며, 델리-뭄바이 산업회랑(DMIC)이나 화물고속철도 같은 기존 프로젝트의 추진도 계속될 예정이다.

양국이 이처럼 뜨거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또 한편으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중국은 진주목걸이(String of Pearls) 전략을 통해 인도를 포위하려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미얀마, 스리랑카를 연결하여 인도를 견제하려는 이 전략에 대해 인도 정부는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중인전쟁의 트라우마가 아직 상존하는데다가 최근 중국과의 영토분쟁문제가 또 다시 붉어진 바 있다. 일본 역시 중국이 글로벌 G2로 부상하면서 여기에 대한 대응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고 중국과는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문제 등 영토분쟁도 심각한 이슈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중국에 자원(희토류 등) 및 제조 기지를 상당부분 의지하고 있는 것도 부담스럽다.

지속적인 양국 정부의 협력은 자연스럽게 민간기업의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2009년 말 600여개였던 인도 내 일본기업 수는 2012년 말 930여개로 증가했고, 일본의 인도 누적투자액(FDI)은 138억4000만 달러로 한국의 11.8배에 달했다. 일본 정부가 인도에 쏟아 붓는 ODA는 연간 12억 달러 이상으로 일본은 인도의 최대 원조국이다.

과거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우리 기업들의 활약으로 인도 시장은 한국이 선점하였다고 자만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세가 상당부분 역전된 상황이다. 마루띠스즈키, 르노-닛산, 혼다, 도요타 등 일본의 완성차 업체들은 인도 전역에 포진하여 끊임없이 신차를 출시하고 있는 상황이고, 소니, 파나소닉, 샤프, 캐논 등 전자업체들도 매우 공격적인 마케팅을 감행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대(對) 인도 신규투자가 최근 매우 저조한 것과는 반대로 인도 기업들의 투자는 계속 활발한 편이며, 병원, 희토류개발, 산업단지개발, 금융, 제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기업들은 중국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앞으로도 인도 투자를 계속 늘릴 계획인데, 투자 방식에 있어서도 그린필드형 투자 외에 인수ㆍ합병(M&A), 합작사 설립, 지분투자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2010년 발효된 일본-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은 우리보다 양허범위가 훨씬 넓어서 양국 경제교류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3대 산업벨트 및 고속철 프로젝트 참여, 일본 전용공단 설립 등 인프라 개발에 적극 참여하여 현지에서의 국가 이미지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우리로서는 일본의 적극적인 인도 러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벤치마킹 하여야 할 것이다. 인도라는 지역이 절대 과거의 성공경험을 답습하여 또 다른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지역이 아닌 만큼, 우리와 일본의 상황을 점검하여 인도 진출 전략을 다시 보강한다면 제2의 인도 성공신화도 불가능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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