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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EU ‘길드型 조합’ 으로 유대감…美 석유 · 통신업계는 표준화 주도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해외 경제단체
스위스 미그로생협 · 코프는 GDP의 8% 차지
독일 중기협은 15만  회원사 직원만 430만명

美 API, 200개 석유회사 공동 기술규격 제정
TIA는 네트워킹 · 케이블 기술표준 개발 · 판매


유럽은 상공업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중세부터 상인들의 조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유럽만큼 산업 분야별로 소규모 상인조합이 잘 발달한 지역도 드물다. 미국의 협회들은 미국 경제와 경제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도 하지만 산업의 표준화를 담당하기도 한다. 근대 산업화를 이룬 유럽과 미국 두 지역이 지금껏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단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인조합(길드)의 발상지 유럽, 주요 산업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중세 유럽의 동업자조합은 도시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11~12세기 들어서는 지역 영주와 대립할 정도로 힘이 커지면서 도시의 경제ㆍ정치ㆍ행정을 주도하고 업자들 간의 친목 도모, 정보교환 등의 역할을 했으나 가격ㆍ생산량의 지나친 통제와 근대 산업의 발달로 16세기부터 쇠퇴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상인 조합에 대한 필요성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고 각각의 산업별로 소규모 협동조합부터 대규모 협회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스위스는 조합이 발달한 대표적인 국가다. 이 중 소비자협동조합인 미그로(Migros) 생활협동조합과 코프스위스(Coop Swiss)는 스위스 내 소매점들의 조합으로 자국 내 소매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의 8%를 점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미그로는 사업가인 고트리프 두트바일러가 1925년 설립한 것을 1941년 협동조합으로 전환했고 현재 스위스 인구 700만명 중 200만명이 이곳 조합원이다. 코프스위스의 조합원은 252만명,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이 두 단체의 조합원인 셈이다. 두 조합의 매출은 각각 250억스위스프랑(약 32조원ㆍ2010년 기준), 181억스위스프랑(약 23조원ㆍ2009년 기준)이다.

이들은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가치도 지니는데, 코프스위스는 프랑스 유통업체 카르푸가 진출했다 철수하면서 12개 매장을 인수하고 직원 전원을 고용 승계했다.

정밀 전자기기와 수공업이 발달한 스위스에서 스위스시계산업협회(FSWI)는 스위스 시계산업을 대변하는 비영리단체다. 스위스 내 제조업체의 90% 이상인 500개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시아시장에 대한 관심으로 일본과 홍콩 등에도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스위스의 시계 수출액은 2012년 기준 214억스위스프랑(약 25조원)으로 지난 2009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성장했고 협회는 시계산업의 성장과 함께하고 있다.

독일의 성장동력으로 강소기업이 자리하게 된 배경에는 독일중소기업협회(BVMW)가 있었다. BVMW의 회원기업 수는 15만개로 직원 수로는 430만명에 달하며 300개 전국 네트워크와 1000여명의 전문가들이 이들을 위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 협회나 조합이 국가 차원의 단체라면 유럽화학산업협회 같은 조직은 국가를 넘어 지역적 측면을 반영하는 초국가적 단체다. 유럽화학산업협회는 1959년 설립된 유럽지역의 화학 업체와 관련기관, 개인으로 구성된 단체로 대기업부터 중소기업들까지 2만9000여개의 업체들이 가입해 있다. 파이저, 필립스석유, 존슨앤존슨, 노바티스 등이 기업회원으로, 바스프, 바이엘, 3M, 랑세스 등이 법인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회원업체 직원 수는 130만명에 달하며 유럽의 화학산업 생산량은 전 세계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질서 유지와 표준화 담당하는 미국의 경제단체들=세계 최대의 공업국으로 매일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는 미국은 각 기업들의 권익 보호도 중요하지만 산업별 표준에 대한 수요도 있어 미국 내 경제단체들은 업계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세계적인 석유생산국가인 미국은 1919년 미국석유협회(API)가 설립돼 업계 표준과 규격을 개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 내 200개 회사들이 공동으로 석유 공업에서의 기술, 설비 등 규격을 제정하고 유지한다. API의 표준은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국제규격으로 채용되기도 한다.

통신기술의 발달은 미국통신산업협회(TIA)의 탄생을 가져왔다. 미국전화공급자 협회와 1924년 설립된 미국전자공업협회(EIA)의 정보통신기술그룹(ITG)이 1988년 합병한 TIA는 네트워킹 기술, 케이블 기술 표준을 개발하고 또 이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판매하기도 한다. 회원으로는 알카텔루슨트, 애플, 시스코, 모토로라, 파나소닉, 삼성 맥아피, 록히드마틴 등 기업들뿐만 아니라 법무부, 외교통상부, 내무부 등도 등록돼 있다.

출범과 다르게 변화된 협회도 있다. 미국기업연구소(AEI)는 1943년 기업들의 이익을 정책적으로 대변하기 위해 미국기업협회란 이름으로 설립됐으나 1960년 AEI로 명칭을 바꾸며 미국 내 주요 싱크탱크로 변모했다. 기업연구소임에도 외교 안보 분야 분석 및 전망에 강하며 과거 부시행정부 신보수주의자들의 이론적 중심이 됐던 곳이다. 딕 체니 전 부통령 등이 이곳에 몸담기도 했다.

▶국제적 협력 담당하는 국제 산업 연합들=1945년 설립된 국제항공운송연합(IATA)은 항운과 관련한 연구 및 각종 규정 제정, 협력업무 등을 한다. 118개국 240개 항공사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으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1919년 출범한 세계자동차공업협회(OICA)는 전 세계 35개국 자동차산업협회의 연맹체다. 자동차 산업 관련 각종 연구 및 인증사업 등을 진행하며 최근엔 자동차 생산과 일자리 창출, 환경문제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국제금융연합회(IIF)는 1983년 설립돼 가입 국가 수는 70개국이 넘으며 회원사는 475개에 달한다. 1895년 국제 연합체로 창설된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세계 각국에 협동조합사업을 보급하는 단체로 국제연합(UN)의 각종 회의와 경제사회이사회 및 전문기관에 참가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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