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미국에서 유럽 정크본드(투자부적격 등급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판매가 급증해 올해 발행량이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고수익 채권에 대한 미국 투자수요가 높았던 반면,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을 발행하는 유럽 기업이 많았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초부터 현재까지 미국에서 발행된 유럽 정크본드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70% 늘어난 290억 달러(약 32조2712억 원)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판매된 유럽 전체 회사채 발행량은 11% 많아진 1060억 달러(약 117조9568억 원)로, 역시 사상 최다 수준이었다.
정크본드 수요 오름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채권이나 주식보다 비교적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정크본드에 대한 관심이 뜨겁기 때문이다. 미국 채권 시장은 지난 6월 대량매각 사태 이후 전반적으로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는데다, 주식시장도 연일 랠리를 이어가고 있어 신규 투자자들이 곧바로 차익을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크본드의 수익률도 크게 올랐다. 이날 미국에서 발행된 정크본드의 평균 금리는 6.18%로, 3.26%인 일반 투자적격 등급 회사채 금리를 크게 웃돌았다.
정크본드 발행량 폭등을 두고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에서 급작스런 유로존 붕괴에 대한 공포가 가라앉았다는 신호라고 입을 모았다.
이어 수익에 목마른 투자자들이 유럽 경제의 둔화세를 간과하고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드워드 매리넌 RBS 증권 매크로 투자전략가는 “유럽의 경제상황은 지역별 격차가 크다”며 “투자자들은 유럽의 어느 국가에서 발행된 정크본드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유럽 금융당국의 은행규제안이 강화되면서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운 기업들이 채권 발행으로 눈을 돌린 것도 원인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수키 만 소시에떼제네랄 투자전략가는 “유럽 시장은 차입을 원하는 투자부적격 기업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며 “투자적격 기업이라도 채권으로 5억 유로(약 7428억 원) 이상의 자본을 조달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편 올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유럽 정크본드는 영국, 독일, 러시아, 프랑스와 아일랜드 기업에서 발행됐으며, 업종별로는 통신, 금융, 금속, 전자제품 등으로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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