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러시아가 주도한 소위 러시아판 EU, 유라시아경제연합(Eurasian economic union)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옛 소련의 영광을 되살리겠다는 야망을 앞세워 옛 소련권 국가들의 경제통합을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지난해 카자흐스탄, 벨라루스와 함께 관세동맹(단일경제공동체)을 우선 출범시켰다.
그러나 최근 경제통합에 따른 부작용과 일부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의 ‘탈 러시아’ 러시로 2015년 출범을 목표로 한 유라시아경제연합 구상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지난달 농업ㆍ식품 분야를 우선으로 관세동맹이 발효된 카자흐에서는 자국통화인 텡게화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며 비상이 걸렸다.
현지에서는 관세동맹 출범으로 루블화의 영향을 직접 받게 된 텡게화가 평가 절하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개인과 법인은 달러 사재기에 나서는 등 외환시장 불안 양상이 나타났다.
이에 그레고리 마르첸코 카자흐 중앙은행장은 성명을 내고 “텡게화 절하조치는 절대 없다”고 밝히며 시장을 애써 달래려 했다. 당국도 매년 외국인 직접투자가 200억 달러에 이르고 원유, 가스 등 자원 수출에 힘입어 무역수지 흑자가 500억 달러에 이른다며 평가절하 소문을 일축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텡게화 절하가 “펀더멘탈의 문제가 아니라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으로 인한 루블화 약세에 의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일부는 연말까지 환율이 1달러에 160텡게(약 120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자흐는 올해 초 달러당 148텡게(약 1110원) 선이던 환율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환율은 약 154텡게(약 1155원).
외환시장 불안은 카자흐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의 동요로 이어지고 있다.
카자흐 알마티 한국기업 지상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텡게화 불안에 러시아의 관세마저 적용받게 되면 수익성이 없다”며 “사업철수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부작용과 더불어 CIS 국가들의 탈러시아 가속화로 유라시아경제연합 출범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지원을 약속받으며 미국과 손을 잡은 우즈베키스탄과 가스수출 갈등으로 유럽과 손을 잡은 투르크메니스탄에 이어 우크라이나마저 최근 ‘초콜릿 갈등’을 빌미삼아 러시아와 거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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