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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노든 임시망명’ 미-러 관계 악화 불가피
크렘린 “영향 없을 것” 강조 속
백악관 “정상회담 유용성 검토”



[헤럴드생생뉴스]미국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에 대한 러시아의 임시 망명 허가는 양국 관계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가 미국의 줄기찬 인도 요청을 뿌리치고 스노든에게 임시 망명을 허가한 상황을 미국이 그냥 넘어가지는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정부와 정치권은 즉각 실망감을 나타내면서 9월 양국 정상회담까지 거부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미국 의회 일각에서는 내년에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에 불참하자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올해 초반까지 미국의 유럽 미사일 방어(MD) 기지 구축 계획 강행, 미-러 양국의 상호 인권법 제정과 인권 침해자 제재 명단 발표 등으로 최악의 갈등 국면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는 지난 5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모스크바 방문으로 화해 국면으로 전환되는가 싶었다.

이후 뜻밖에 불거진 스노든의 러시아 체류 및 러시아의 한시적 임시 망명 허용 조치는 양국 화해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 불 보듯 뻔해 보인다.

러시아 국내 여론은 스노든에 대한 임시 망명 허용에 대체로 호의적이다.

대통령 인권위원회 키릴 카바노프 위원은 스노든이 임시 망명을 허용받은 것은 예상됐던 일이라며 그가 러시아에 영구 정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 정책자문기구인 ’사회평의회‘ 사무차장 미하일 오스트롭스키도 스노든에 대한 임시 망명 허가는 합당한 결정이라며 이제 스노든이 1년 동안 자신의 향후 운명을 결정할 가능성을 얻게 됐다고 환영했다.

크렘린궁은 이번 사안이 미-러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다.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미국에서 스노든 문제를 둘러싸고 어떤 관심이 조성돼 있는지 알고 있지만 아직 미국 정부로부터 어떤 신호도 받지 못했다”며 이번 사건이 미-러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렉세이 푸슈코프 하원 외교문제 위원회 위원장은 오히려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미국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스노든에게 임시 망명을 허용하면서 러시아가 미국을 모욕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미국이 (스노든의) 출국길을 막아버림으로써 러시아의 선택 가능성을 빼앗아 버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외교 문제 전문가 세르게이 오즈노비셰프는 “외교적 이익 관점에서 보면 스노든을 가능한 한 빨리 어딘가로 보내는 것이 러시아엔 이익”이라며 “전략적 측면에서 미국과의 관계가 정보기관을 둘러싼 게임보다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러시아에 스노든 인도를 요청하는 한편 그의 망명을 허용하면 부정적 여파가 있을 것임을 은근히 경고했다.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은 지난달 23일 알렉산드르 코노발로프 러시아 법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스노든의 범죄 혐의는 사형에 처할 사안이 아니고 사형에 처할혐의가 추가되더라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실히 보장한다”며 그의 미국송환을 촉구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다음날 러시아가 스노든에게 사실상의 난민 지위를 허용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스노든을 미국으로 송환해 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전달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의 이런 모든 요청에 ’노(No)‘로 응답한 데 이어 예상대로 스노든에게 임시 망명을 허가했다.

미국 백악관과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스노든에 대한 망명 허용은 법 집행과 관련한 양국간 오랜 협력을 훼손했다. 공식·비공식 요청에도 러시아 정부가 이런 조치를 내린 것에 매우 실망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사안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9월 러시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참석 및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상회의의 유용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G20 정상회의 불참이나 정상회담 거부를 고려할 수도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다.

로버트 메넨데즈(민주·뉴저지) 상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에서 “스노든은 미국 법정에서 처리돼야 하는 인물이지 러시아로 망명할 수 있는 자유인이 아니다”면서 즉각적인 송환을 재촉구했다.

척 슈머(민주·뉴욕) 상원의원은 “러시아가 미국의 등을 찌르고 나서 비틀기까지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개최지를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을 다른 정상들에게 권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대해 강력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할 때”라고주장했다.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도 “만약 망명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대(對) 러시아 관계의 게임체인저”라면서 러시아의 결정을 ’도발‘로 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강도 높은 비난과는 달리 양국 관계의 실질적인 훼손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AP통신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보급로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남캅카스 지역의 테러 단체를 억제하는 것이 필요한데 러시아의 도움이 없이는힘들다고 분석했다.

또 이란 핵개발 저지와 시리아 평화 협상 성사를 위해서도 미국은 러시아의 협력을 구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모스크바 국립대 국제정치학부 교수 블라디미르 바르테네프도 “장기적으로 미-러 관계가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양국 사이에는 더 많은 공통 관심사들이 있으며 스노든 문제는 지나치게 과장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모스크바의 정치분석가 세르게이 카라가노프는 “현재 미 백악관과 국무부, 정부자문센터 등에서는 한편으로 (러시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국내 ’매파‘를 만족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 러시아와의 관계를 완전히 훼손하지 않는 묘수를 찾아내는 데 골몰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G20 불참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수준을 낮추는 정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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