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당국 “한국정부 신병 인도요청 적극 협조”
대만서 무역회사 운영…“재산 190만원이 전부”
[헤럴드생생뉴스]최태원 SK㈜ 회장의 횡령 사건 핵심 인물로 떠오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한국 송환을 위한 절차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대만 경정서(경찰청) 관계자는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31일 대만 경찰에 체포된 김 전 고문이 출입국 및 불법체류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이민서(署)로 이미 이송 조치됐으며 대만 내 사법절차가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전 고문은 이날 오후 대만 북부의 한 출입국 관리 수용시설에 수감된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 변호사 업계는 경찰이 체포 이유로 제시한 이민법 위반 자체가 ‘중범죄’에 해당하지는 않기 때문에 현지 사법처리 절차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대만 당국은 지난달 31일 김 전 고문을 체포할 당시 그가 이민법 제18조 7항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대만 또는 외국에서 범죄 기록이 있는 자는 입국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된 국가의 경우 통상적으로 법무부가 외교 경로를 통해 상대국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지만 한국과 대만은 외교 관계가 없어 정상적인 절차보다는 국제관례에 따른 협조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현지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 전 고문의 한국 송환은 대만 측의 사법처리 절차가 마무리된 직후한국 검찰 당국이 현지에서 신병을 인도받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대만 당국도 연합뉴스 취재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신병 인도를 요청하면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전 고문에 대한 현지 당국의 기초 조사가 진행되면서 그의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지 경찰 당국 등에 따르면 김 전 고문은 대만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며 도피 생활을 했다.
그는 지난해 초 타이베이시 베이터우(北投)구에 ‘안루(安路)무역공사’라는 회사를 정식 설립했다.
당국은 그러나 이 회사가 무역거래 실적이 사실상 전무한 점으로 미뤄 합법적인대만 체류를 위한 거류증 획득 목적인 것으로 파악했다.
김 전 고문 대만 체류기간 업무상 등을 이유로 그동안 수차례 중국을 왕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4월 이후에는 출입국 기록이 없다고 출입국 관리사무소 측은 설명했다.
김 전 고문은 본격적으로 대만 체류를 시작한 2011년 12월 이후 한국 국적 지인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외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는 등 ‘조용한 모드’의 생활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대만 경찰 당국은 밝혔다.
당국은 김 전 고문 명의의 대만 내 재산은 5만 대만달러(약 190만원)가 전부인 것으로 파악했다.
그가 평소 타고 다닌 것으로 알려진 BMW765 승용차는 그가 설립한 무역회사 직원 이름으로 등록된 것으로 전해졌다.
SK 횡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을 불과 며칠 앞두고 김 전 고문이 전격 체포되면서 ‘SK측 기획설’ 등 억측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 전 고문이 체포되기까지의 과정도 밝혀졌다.
대만 경찰이 한국 사법당국으로부터 공식적으로 그에 대한 체포 협조요청을 받은 시점은 지난달 초로 알려졌다.
주(駐)한국 대만대표부 형사연락관을 통해 정식 체포 협조요청 공문이 전달됐다고 타이베이 소식통은 전했다.
이는 지난해 9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수배된지 10개월 여 만이다.
현지 경찰은 김 전 고문 측이 차량을 구매한 내역을 확보해 추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은 김 전 고문이 일정한 거주지가 없었으며 주로 대만 북부권 일대에 머물러 왔다고 설명했다.
현지 교민사회에선 한국에서 온 변호사가 체포 직후 선임된 점 등으로 미뤄 김 전 고문이 체포 가능성에 미리 대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online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