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애플 등 거대기업이 조세 피난처를 통해 세금 회피한 사실이 문제로 불거지면서 미국 기업들 사이에 신종 세금 회피 기법이 뜨고 있다. 신종 기법의 핵심은 해외 기업과 인수합병을 추진해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것이다.
1일(현지시간) CNBC는 미국에서 세금을 회피하려는 기업들이 해외 기업 인수합병이라는 신종 절세 수단을 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미시간주 소재 제약회사인 페리고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아일랜드 제약회사 엘란을 86억 달러에 인수하는데 합의했다. 이 회사는 합병 후 본사를 아일랜드에 둘 계획이다. 이렇게 해서 미국에서는 35%를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12.5%만 낼 수 있게 됐다고 CNBC는 전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에는 세계 2, 3위 광고기업인 미국 옴니콤과 프랑스 퍼블리스가 동등한 조건으로 대등 합병하기로 합의하면서 직원수 13만 명, 자산 규모 351억 달러(약 39조원)에 이르는 세계 1위 광고회사가 탄생했다.
합병된 회사 본사는 기업세금이 25%인 네덜란드에 두기로 했다. 역시 미국에 본사를 두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세금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기업 인수합병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금 전문 변호사인 이안 셰인은 “미국에서 세제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런 형식의 기업 합병이 계속 나타날 것”이라며 “오늘날 기업들은 점점 글로벌화되고 있지만 현재 대부분의 세법은 10년 이상 현실에 뒤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페리고 최고재무책임자(CFO) 니겔 처킨은 인수합병 사실을 공개한 자리에서 아일랜드에 본사를 두면 20억 달러 이상의 세금감면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존 렌 옴니콤 최고경영자(CEO) 또한 인수합병 사실을 발표한 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는 목적은 세금을 염두에 둔 조치라고 언급했다고 CNBC는 전했다.
투자자문업체인 와이저마자의 회계 및 세금 담당 책임자 마이클 슈워츠는 “해외에서 돈을 벌어오는 미국기업에는 미 당국이 세금을 매길 수 있지만 해외합병기업에는 매길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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