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특허를 사들인 뒤 소송을 일삼는 ‘특허괴물(patent troll)’에 시달려왔던 미국 주요기업들이 의회에 대책 마련을 대대적으로 촉구해 화제가 되고 있다. 모건스탠리, 월마트, 구글, 델 등 대형 기업들이 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번에야말로 실효성 있는 특허괴물 제재 장치 마련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44개 기업들이 미 상원과 하원 법사위원회 소속 공화당ㆍ민주당 고위인사들에 특허괴물 업체 제재 법안을 통과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22일 미국 하원의원들이 상정한 법안을 가리킨 것으로, 미 특허상표국이 특허권을 평가하고 인증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특허상표국은 금융서비스와 관련된 특허권을 평가할 수 있는 권한만 보유하고 있다.
기업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사업모델 특허권에 대한 평가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허괴물 회사가 소송을 제기하며 주로 근거로 드는 것이 사업 특허권이기 때문이다. 특히 소프트웨어와 관한 특허권이 법망의 사각지대를 뚫고 악용되고 있어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기업 측이 보낸 서한에는 “질 낮은 특허권을 이용해 ‘강탈적 요구’를 일삼는 특허괴물 기업들에 맞서 혁신적 기업들이 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할 만한 확실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기업들은 특허권을 무효화시키는 권한도 특허상표국에 부여해야 한다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허괴물 기업이 ‘마구잡이식’ 소송을 벌이는 일을 아예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특허 소송으로 기업들의 기술 개발과 투자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특허 소송 때문에 기업에 발생한 비용이 290억 달러(약 32조3785억 원)에 달했다.
무엇보다 특허괴물 기업의 수가 증가하면서 특허 소송도 함께 늘고 있어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허전문 조사기관 페이턴트프리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약 300개였던 특허괴물 업체는 지난 1월엔 680개 이상으로 불어났다. 덩달아 특허 소송도 2010년 623건에서 지난해 2923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5월 척 슈머 상원의원이 유사한 법안을 상정했지만 법안은 표결에도 부쳐지지 않았다. 지난달에도 백악관이 의회에 특허 소송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지만, 정책 마련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 기업들의 공동 서한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지 관련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이번 기업들의 움직임에 삼성전자의 미국 법인인 삼성전자아메리카도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삼성은 37건의 특허괴물 소송에 휘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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