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남미 고산지대에서 미라로 발견된 잉카 소녀가 죽기 전 다량의 마약을 섭취하고 술을 마신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9일(현지시간) NBC방송에 따르면, 앤드루 윌슨 영국 브래드포드대 박사를 비롯한 연구팀은 “제물로 희생된다는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옥수수 발효주와 코가잎을 섭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르헨티나와 칠레 국경지역에 있는 룰라이랄코산에서 1999년 발견된 이 미라는 소녀 2구와 소년 1구 등 3구로, 발견 당시 보존 상태가 완벽해 세계 고고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이 가운데 13세로 추정되는 ‘얼음 아가씨’라는 미라는 머리를 숙이고 머리를 구부린 채 앉아있는 자세로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들이 죽기 6개월 전 잉카 제국의 수도 쿠스코에서 희생의식을 치렀다”고 추정하면서 “얼음 아가씨의 체내 마약ㆍ알코올 농도가 사망하기 6개월 전 급속히 증가한 것도 이때 희생의식을 치렀다는 가정을 뒷받침해 준다”고 말했다.

논문의 주저자 윌슨 박사는 “얼음 아가씨가 사망하기 1주일 전 또 다시 코카인과 알코올을 다량으로 섭취했다”며 “어린이들이 이때 룰라이랄코 화산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라 3구 가운데 얼음 아가씨의 미라에서 유독 알코올과 마약 성분이 많이 검출된 사실로 비춰 볼 때 종교의식과 관련된 사람들이 그녀의 불안감을 고의로 진정시켰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존 베라노 미국 툴레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는 “왜 셋 중에 얼음 아가씨의 몸에서 더 많은 알코올과 마약이 검출됐는지 의문”이라면서 “다른 아이들보다 나이가 많은 소녀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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