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2위 미국 옴니콤 그룹과 3위 프랑스 퍼블리시스 그룹이 28일(현지시간) 동등한 조건으로 ‘대등 합병(merger of equals)하기로 합의했다.
옴니콤은 미국 가전 대기업 GE의 광고를 100여년간 도맡아 왔고, 퍼블리시스는 말보루 담배 광고로 이름을 떨쳤다.
이번 합병으로 탄생하게 된 ‘퍼블리시스옴니콤그룹’은 시가총액 351억달러(39조137억원), 총 매출액 227억달러(25조2082억원)로, 현재 업계 1위인 영국의 WPP의 지난해 매출 156억달러(17조3238억원)를 능가하게 된다. 합병 규모는 글로벌 광고업계 사상 최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이번 합병은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인수하는 게 아닌 ‘동등 합병’ 방식으로 양사의 주주들은 새 회사의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갖는 것”이라며 “새 회사는 뉴욕과 파리 증시에 각각 상장되고, 13만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리게 된다”고 전했다.
회사 경영은 옴니콤의 존 렌 최고경영책임자(CEO)와 퍼블리시스의 모리스 레비 CEO가 공동 최고경영자를 맡는다.
이번 합병은 유럽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중국과 브라질과 같은 신흥시장에서 사업을 강화한다는 양측의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성사됐다.
렌과 모리스 양사 CEO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시장은 최근 뉴미디어 매체 부상과 데이터 홍수 속에서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며 “더 이상 전통적인 경쟁자들만이 경쟁자라고 할 수 없고 우리는 훨씬 넓어진 경쟁 구도에 대응해야 한다”고 합병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합병회사는 대체로 훨씬 강력한 가격 결정력을 가질 것”이라면서도 “경쟁력 저하로 미국과 유럽 광고시장에서 구축한 기반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코가콜라와 펩시콜라, 맥도널드와 얌 브랜즈의 타코 벨, 존슨 & 존슨과 프록터 & 캠블 등 경쟁사가 함께 합병사 고객이 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옴니콤과 퍼블리시스의 합병이 세계 광고시장을 재편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며 “업계 1위 자리를 내준 WPP가 미국의 인터퍼블릭을 인수하거나, 프랑스의 아바스와 비벤디가 합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