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고급 커피 원두의 대명사 ‘아라비카’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주 생산지인 브라질에서 올해 풍년이 들면서 아라비카 원두 값이 큰 폭으로 떨어져 전 세계 커피 애호가들이 고급 커피를 맛 볼 기회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저가 원두인 ‘로부스타’와의 가격 격차도 크게 줄어 아라비카가 로부스타 영역마저 침범하는 초유의 현상마저 벌어지게 됐다.
25일(현지시간) 끝난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아라비카 거래가격은 지난해 대비 40% 떨어진 파운드당 1.25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1년 파운드당 3.089달러 이래 최저(1.17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로부스타와의 가격 격차는 파운드당 최고 1.9달러까지 벌어졌다가, 이달 들어 34센트까지 줄어들었다.
최근 수년 간 원두시장에서 신흥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까지 값싸고 대중적인 로부스타를 찾기 시작하면서 아라비카의 수요는 급감했다. 대신 로부스타는 최고 호황기를 맞았다. 세계적 커피 산지인 브라질에서도 로부스타 소비는 2003년 20%에서 10년 후인 올해 50%까지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올해 아라비카 풍년이 들자 상황이 급변했다. 특히 아라비카 주산지인 브라질에서 먼저 소위 ‘아라비카 특수’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동안 세계 커피 수요가 비싼 아라비카에서 로부스타로 옮겨가는 추세였지만, 올 작황 호황에 힘입어 브라질에서는 10년만에 처음으로 아라비카 원두의 수요가 로부스타를 추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상파울루의 커피 유통업체 P&A인터내셔널 대표 카를로스 브란도는 “올해 아라비카 작황이 좋아 지난 10년간의 커피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조시기관인 민텍은 브라질 내 아라비카 수요 증가와 함께 브라질이 향후 수년 내 세계 1위 커피 생산국에서 세계 1위 커피 소비국이 될 것이라며 향후 브라질이 아라비카 소비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FT는 일시적 아라비카 가격 하락 현상으로 세계 커피업자들이 로부스타에서 아라비카로 옮겨가진 쉽지 않을 것이므로 아라비카 풍년 특수가 피부에 와닿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유럽 애널리스트들의 언급도 전했다.
런던 소재 농산물 상품시장 브로커 마렉스 스펙트론의 공동창업자인 제임스 헌은 “아라비카 소비 패턴 변화는 커피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나라에서 일단 나타나고 있다”며 “아라비카의 생산량이 늘면서 점차 다른 나라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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