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고령화 사회로 전환되면서 주요 선진국 시장의 투자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고위험ㆍ고수익 상품보다는 안정성을 우선한 상품이나 실버산업 관련주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최근 서구권 선진국의 투자자 사이에서 공격적 투자전략보다는 고정적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안정적 투자전략이 선호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 아시아판으로 보도했다.
▶ 투자적격 등급 회사채ㆍ우량주ㆍ실버산업 관련주…‘안정성’ 노린 투자가 대세
우선 정기적으로 확정이자를 지급받고 원금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채권이 주식에 비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장기 국채보다는 회사채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투자적격 등급 회사채의 수익률은 3.5%대에 형성돼 있어, 수익률이 6.2%대를 웃도는 정크본드에 비하면 낮지만 장기 국채의 수익률과 비교하면 높아 투자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대표적 장기 국채인 10년물 미국 국채의 경우, 수익률이 최근 2.6%대에서 소폭 등락을 거듭하고는 있지만 크게 수익률이 오를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주식시장에선 신용등급 ‘AAA’대의 초우량주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수익률이 높은 주식은 높은 리스크를 동반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기피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 대신 수익률이 3%대에 머물고 있더라도 AAA 등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존슨앤존슨의 주식이 고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의 제임스 무어 이사장은 “연금펀드 보유자들 사이에서 스프레드(매입ㆍ매도 호가 차이)가 낮은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투자적격 등급이나 담보부 채권, 안정적으로 주당 배당금이 지급되는 주식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또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실버산업 관련주에 대한 투자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제약기업 로슈나 노보노디스크, 장례기업 서비스코퍼레이션인터내셔널(SCI), 관광기업 노르웨이크루즈라인 등이 대표적 수혜기업이다.
의료 관련 기업도 뜨고 있다. S&P 500 지수 중 의료 종목은 지난해 도입된 이후 50%대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바이오 제약기업인 암젠과 포레스트 랩스 등의 주가가 지난해 진입 이후 각각 67%, 44% 상승한 것에 힘입었다.
▶ ‘고령화 현상’이 원인…‘큰손’ 고령 투자자들의 자금 이동이 투자전략 변화 이끌어
한편, 이처럼 안정 중심 투자전략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로 FT는 서구권 국가들의 고령화 현상을 꼽고 있다. 시장에서 고령의 투자자들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면서 이들의 취향에 맞춰 투자전략의 ‘대세’도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진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1982년 12%에서 올해는 16%로 늘어났고, 2042년에는 2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고령화 현상에 따라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이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큰 손’의 상당수가 고령층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M&G 인베스트먼트의 조나단 윌콕스 상무이사는 “서구권 국가에서 투자자산의 3분의 2를 50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쥐고 있다”며 “(투자자산 이동의)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실버세대의 자금 이탈은 주식시장에서 제일 먼저 감지됐다. 현재 전 세계 주식의 20%는 고령 투자자들이 연금펀드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데, 시장 전문가들이 이 연금펀드가 채권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미국 컨설팅업체 머서(Mercer)의 조사 결과 올해 유럽 주식시장에서 연금펀드의 주식 보유량이 4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2003년 머서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 나온 결과다.
이에 관해 존 랄프 연금펀드 컨설턴트는 “양적완화에 따른 채권시장 변동과 상관없이 고정적 수입에 대한 선호는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매달 850만달러의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축소 또는 종료하는 것과 상관없이 안정적 투자전략의 인기는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에 따라 고령화 현상이 전 세계적 추세라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글로벌 투자자금의 이동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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