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의 사정 칼날에 유럽 명품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2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경기 침체와 강력한 지도부의 반부패 정책은 중국인 해외 여행객의 명품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명품 브랜드들이 즐비한 유럽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조세환급서비스 회사인 글로벌 블루는 유럽을 찾는 중국인 쇼핑객 수의 증가세가 지난해 1분기 69%로 높은 성장을 보인 것에 비해 올 1분기 쇼핑객 증가세는 18%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전했다. 불안한 중국 경제성장 전망이 명품 소비 증가세 하락을 이끄는 것이다.
전 세계 명품 소비를 주도하던 중국인들의 명품 소비 성장세가 확연히 둔화된 것은 중국 경제 전반에 드리워진 먹구름과 공무원들의 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시진핑 주석의 강력한 반부패 정책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5%에 머물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7월 HSBC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 잠정치는 지난달보다 0.5포인트 하락한 47.7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8월 이후 11개월 만의 최저치이며, 시장 전망치 48.2에 못 미치는 것이다.
이 같은 구매력 하락은 전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하는 중국 경제가 침체를 맞고 있는 것 때문만이 아니라 반부패 정책으로 인한 분위기 조성도 큰 원인으로 꼽힌다.
시 주석은 공무원 사회의 부패 척결을 위해 새로운 기풍을 촉구하는 ‘8개항 규정’을 내놓고 공직사회에 낭비 풍조를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명품시장에서 공무원의 뇌물용 소비가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은 곧바로 고가 명품업체의 실적 하락으로 돌아왔다. 개혁의 칼을 맞을까하는 우려 때문에 명품 소비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적인 대표 명품 업체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귀금속과 보석, 시계의 대(對)중국 수출이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시계산업연합은 역시 지난 5월 스위스 시계의 수출 물량이 19% 떨어졌다고 밝혔다.
중국인의 소비가 줄면서 명품 시장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베인앤컴퍼니는 올해 명품시장 성장률은 4~5%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2010년 13%, 2011년 11%, 지난해 10%보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성장세가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이는 중국인들의 소비 증가세 둔화가 주 원인인 것으로 지적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인 관광객의 여행 트렌드가 바뀐 것도 명품 소비가 줄어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을 재방문하는 관광객이 늘며 단체 쇼핑보다는 개인 여행객이 증가하고 있고 이들이 버스투어를 하지 않는 것이 명품 시장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들로 인해 중국인을 타깃으로 한 명품 업체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