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아시아 금융허브 싱가포르가 원조 금융허브인 스위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이 멀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싱가포르통화청(MAS)의 지난해 싱가포르 내 운용 펀드 규모가 1조6300억 싱가포르달러(약 1조2900억 달러)에 달해 전년의 1조3400억 싱가포르달러보다 22%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스위스 내 운용 자산 규모는 2조8000억 스위스프랑(약 2조9000억 달러)에 달했지만, 최근 스위스가 미국 자산가들의 세금 회피를 도왔다는 의혹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상대적으로 퇴조하는 모양새다.
FT는 아시아 지역 신흥 사업가들의 재산 규모가 불어나고 이로 인한 투자수익이 늘면서 홍콩과 싱가포르가 스위스, 런던과의 격차를 갈수록 좁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금융 허브의 위상 변화에서 알 수 있듯 세계 경제의 축이 유럽 등 서구권에서 아시아로 이동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싱가포르 운용 펀드자산의 70% 가량은 아시아 시장이 투자 대상이다.
헤지펀드가 싱가포르에서 운용하는 자산 규모도 전년보다 8% 가까이 늘어난 775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스위스의 사금융 산업은 미국 자산가들의 세금 회피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국제적 망신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의 자체적 경제 역량이 강해진 것도 이런 분위기 형성에 일조한다.
자산운용 컨설팅 업체인 크리에이트 리서치의 아민 라잔 최고경영자(CEO)는 “스위스 금융업계의 규제상 과실은 싱가포르 금융시장 성장의 요인 중 하나지만 전체적 흐름에 크게 기여한 건 아니다”면서 “오히려 아시아 투자자들이 아시아에서 제조된 아시아 상품을 더 선호하게 된 것이 주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애버딘애셋매니지먼트의 마틴 길버트 CEO는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점점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자산운용가들도 자기들이 돈을 투자하는 지역인 아시아에 근거지를 두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의 개인재산 규모 성장세는 유럽이나 미주에 비교하면 가파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개인재산 규모는 13.8% 증가한 28조 달러에 달했다.
반면 서유럽은 5.2% 늘어난 35조8000억 달러, 북미는 7.8% 상승한 43조3000억 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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