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세계 경제 대통령은 누가 될 것인가.
내년 1월말 퇴임하는 밴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후임자로 클린턴 정부 시절 재무장관 출신 래리 서머스(58ㆍ사진) 하버드대 교수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력 후보군은 현 FRB 부의장인 자넷 옐런과 래리 서머스의 2파전으로 압축된 상태다. 앞서 옐런의 낙점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백악관과의 친화력, 시장의 신뢰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래리 서머스가 앞선다는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밴 버냉키 후임으로 자넷 옐런과 래리 서머스 2명이 최종 물망에 오른 가운데 상대적으로 뒤져 있던 래리 서머스가 최종 낙점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한두 달 전만해도 서머스가 선택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현재 서머스는 가장 유력한 인사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신문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FRB 의장 인선 과정에 관여하는 인사들을 통해 두루두루 파악한 결과 나온 결과라며 서머스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5가지로 들며 상세히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서머스를 좋아한다는 점, 대통령 주변에서 오래 함께 일해 온 사람들 중 서머스의 동료나 친구들이 많다는 점 등이 첫째 이유다. 이와 함께 백악관 사람들과 자넷 옐런이 잘 모르는 사이라는 점도 중요하게 강조됐다.
둘째 이유는 정책의 지속성. 오바마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실업율을 내리고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하는 것인데 옐런이나 서머스 모두 이 방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인사들이라는 판단이다. 즉 정책 지속성 면에서는 우열을 가릴 수 없어 다른 항목이 더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부각된다는 것이다.
셋째 이유는 백악관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우려해 FRB 의장의 긴급상황 대처능력을 높게 산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제의 긴급 상황 발생시 최초 대응 책임자가 FRB 의장이라는 점에서 백악관은 서머스를 우위에 놓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넷째 이유는 시장의 신뢰다. FRB 의장이 시장의 신뢰를 얻으면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판단, 옐런보다 시장의 신뢰가 더 높은 서머스가 더 적합할 거라는 판단이다.
다섯째 이유는 실제 서머스가 FRB 의장직을 수행할 능력이 있느냐는 점이다. 서머스는 그동안 함께 일하기 까다로운 인사라는 평판을 들어왔다. 그러나 백악관은 이에 대해 과장된 이야기, 옛날 이야기 등으로 정리했다는 후문이다.
WP는 또한 최초 여성 FRB 수장 탄생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옐런은 FRB 최초 여성 의장이 되는 셈인데 여성을 경제 최고 책임자 자리에 앉히는 것이 꼭 훌륭한 처사일수 만은 없다는 것.
신문은 서머스에 대한 평판이 극과 극을 달린다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의 평가는 아주 좋은데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주 나쁘다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옐런을 지지하고 자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교수가 서머스를 지지한 것에 대해서는 FRB 의장직은 누구의 지명을 받았다고 해서 되는 자리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