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행주 시가총액, 신흥국 원자재 시장의 두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국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몰리면서 미국 투자은행의 시가총액이 신흥국 상품시장 시가총액의 두 배를 넘어섰다.
신흥국 원자재 시장보다 미국 경기회복 수혜주인 금융주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연초 1.5배 수준이던 미국 은행주와 신흥국 상품시장의 시가총액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 것이다.
금융전문가들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 상품 시장에서 돈을 빼내 미국 금융사로 쏠리는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초저금리 기조가 정상화되면 승자는 은행이 될 거라는 판단에서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위기 전 신흥국 상품시장 시가총액이 미국 금융사 시가총액을 훨씬 앞섰지만, 최근 미국 금융사 시가총액이 신흥국 상품시장 시가총액과의 격차를 크게 벌리면서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투자 트렌드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금융위기 전인 5년 전에는 이른 바 브릭스 국가(브라질ㆍ인도ㆍ중국ㆍ차이나)의 상품시장 가치가 미국 금융사 시장 가치를 크게 앞지르며 브릭스 대세론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는 다시 크게 반전돼 미국 금융사 시가총액(약 1조달러 이상)이 다시 신흥국 전체 상품시장 시가총액(4320억달러)의 배를 넘은 상황이다.
FT에 따르면, 올해 초 미국 금융사들의 시장 가치는 브릭스 국가 상품시장 가치의 1.5배 선이었다.
지난주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미국 금융사 중 웰스파고와 JP모간의 시가총액이 4400억 달러에 달해 신흥국 상품시장 시가총액인 42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 은행 최고투자전략가인 마이클 하넷은 “만약 일본 같은 저금리와 저성장 환경에 놓여 있는 나라라면 향후 5년간 금리 정상화의 길을 걸을 것이고, 그때 가서는 결국 은행들이 승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금융사들의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건 세계에 좋은 뉴스”라며 “미국 경제, 특히 부동산 시장이 개선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서 글로벌 경제의 미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FT는 미국 금융사들의 부활이 금융위기 전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았던 신용의존형 글로벌 경제의 취약성, 양적완화에 따라 인위적으로 부풀려진 금융 섹터 등의 요인으로 인해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펀드 ‘에르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닐 윌리엄스는 “유동성의 거대한 흐름은 날카로운 바위를 감추고 있다”며 “한 번쯤 물이 다 빠져나가 봐야 실체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은 파도가 물러가면 신흥국 경제가 입은 타격이 드러날까 두려워한다”며 “그 파장은 글로벌한 수준이 될 것이며, 중앙은행이 그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