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숨통 조이기 부담감
국가 자본주의 거부감 확산
일본 재계가 지난 21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한 아베 신조 (安倍晋三) 총리에 경계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친(親)기업 마인드의 아베 총리를 재계가 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자민당 압승으로 국정 주도권을 장악한 ‘일본주식회사, 아베 CEO’의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에 있다. “Japan is Back(일본이 돌아온다)”을 외치고 있는 아베 총리는 구조조정과 사업재편, 설비투자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기업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후지와라 도요아키 편집위원은 23일 “아베 총리가 안정적 정권 기반을 얻게 됐지만 ‘너무 강한 자민당 정권’에 대한 경제계의 경계감이 수면 아래서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재계는 지난 6월 발표된 100페이지 분량의 ‘일본 재건 전략-JAPAN is BACK’에 담긴 ‘구조조정ㆍ사업재편 촉진’ 문구에서 “정부가 산업 재편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자세를 숨기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베 총리의 임금인상 요구에도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소속 유력 기업 CEO는 “이것은 경영 개입 아닌가”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설비투자와 관련해서도 “국내 생산능력에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생산을 늘리기 위한 설비투자는 어렵다”는 견해가 대두됐다. 뿐만 아니라 극우성향의 아베 총리의 ‘국가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 6월 초 아베 총리가 1700명 경제인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 참석한 재계 인사는 “자유주의 경제를 내건 자민당 대표에게서 ‘국가’라는 말이 여러 번 나와 위화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한편, 세일즈 외교에 뛰어든 아베총리를 두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절정기 모습인 ‘CEO 대통령’과 닮은꼴이라고 평가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