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KFC 본사가 다음달 문을 여는 새 고급 식당 ‘KFC 일레븐’에서 대표 캐릭터인 ‘샌더스 대령’을 쓰지 않기로 했다.
흰색 양복의 KFC 할아버지로 많이 알려진 샌더스 대령은 KFC 창립자인 할런드 샌더스를 본뜬 캐릭터다. 회사의 과거와 워낙 밀접한 아이콘이라 2006년에는 재디자인까지 했다.
22일 미국 CNBC방송 분석에 따르면 KFC가 이렇게 비중이 큰 마스코트를 두 가지 이유로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웰빙’ 식단을 내세운 신종 패스트푸드 체인이 나타나면서 쇄신 압력이 커졌다. 신선한 샐러드와 수제 빵으로 유명한 ‘파네라 브레드’(Panera Bread) 등 경쟁자에 맞서려면 ‘싸구려 음식’이 연상되는 옛 모습을 버려야 한다는 내부 진단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KFC 일레븐 체인은 웰빙을 지향한다. 오는 8월 켄터키주 KFC 본사 주변에 문을 여는 KFC 일레븐 1호점은 샌드위치와 샐러드가 주종목이고 KFC 치킨은 뼈를 발라낸 일부 메뉴만 판다.
‘불량식품을 아이들과 사회에 퍼뜨린다’는 비난도 마스코트 퇴역 검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CNBC는 보도했다.
맥도날드의 상징 로널드는 시민단체가 수년간 퇴출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로널드가 동심을 착취하는 광고에 쓰이면서 아이들이 기름진 햄버거에 중독되는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맥도날드 돈 톰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주주총회에서 ‘로널드는 그저 광대일 뿐’이라면서 퇴출 요구를 일축했지만, 로널드에 대한 시민사회계의 반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푸드의 오랜 동반자인 코카콜라도 ‘웰빙’ 열풍에 자유롭지 않다. 코카콜라는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회사의 상징인 붉은색 상표를 포기하고 자연과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한 녹색 로고를 선보였다.
녹색 상표를 붙인 새 상품 ‘코카콜라 라이프(Life)’는 설탕 함량이 기존 콜라의 절반 수준이다.
패스트푸드 마스코트가 퇴출당하는 이유는 물론 이 밖에도 많다. 버거킹은 2004년 웃는 얼굴의 ‘왕’(King) 캐릭터를 선보였지만 ‘브랜드와의 연관성이 낮고 무시무시한 느낌까지 준다’는 핀잔이 나오자 7년 만에 이 마스코트를 공식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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