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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도 가계 통신비 ‘거품’ 뺀다
음성통화료 40%·데이터이용료 70% 파격 인하 추진…내년까지 로밍비 전면폐지도
유럽연합(EU)이 통신 가격에 낀 거품을 빼기 위해 칼을 빼들고 나섰다. EU 집행위원회는 음성 통화료는 40%, 데이터 이용료는 70%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통신비 때문에 갈수록 가계 부담이 늘고 있는 상황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 아시아판은 EU 집행위원회가 통신사 도매요금을 줄여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가 입수한 집행위원회 초안에 따르면 기존 이동통신사의 통신망 임대를 위해 가상이동통신사업자(MVNO)가 내야 하는 도매요금의 상한 가격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음성 통화료는 40%가량 낮춘 분당 3센트, 데이터 이용료는 70% 정도 내린 메가바이트당 1.5센트 선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파격적인 도매 상한가 감축 정책에 통신업계의 반발도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이통사들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통사들이 이제껏 통신망 구축 및 관리에 쏟은 비용을 인정하지 않아 추가 투자 요인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이통사 관계자는 “그간 유럽 지역 사회 기반시설 조성에 매년 지출한 비용이 한순간에 쓸모없게 됐다”며 “향후 투자도 사라질 것”이라고 불만을 표현했다. 모간스탠리의 닉 델파스 애널리스트도 “지금껏 통신망 구축에 전혀 기여하지 않았던 EU 역내 통신 소매 MVNO기업들이 똑같이 도매가 감축 혜택을 받게 됐다”고 꼬집었다.

또 이번 정책의 혜택이 역외 소매 사업자들에게도 돌아가 되레 역내 사업자들에게 불리해졌다는 비판도 있다. 도매가 부담이 떨어져 유럽 통신 시장에 진출한 EU 비회원국 소매 통신사들의 가격 경쟁력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샌포드 베른슈타인 애널리스트들은 “EU 초안대로 도매가 삭감 정책이 시행될 경우 역외 소매 사업자들이 기존 역내 이통사에 비해 통신비를 최대 65%까지 인하하는 가격 경쟁에 돌입할 수 있다”며 향후 유럽 통신 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유럽 소비자들에게 불만이 높던 역내 로밍비를 2014년까지 전면 폐지하겠다는 정책도 계속 추진된다. 지난달 EU 집행위원회 표결에서 통과된 로밍비 폐지안은 이통사들이 꾸준히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온, 대표적 통신 정책이다.

통신업계와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정보통신 분야 집행위원인 닐리 크뢰스 EU 집행위원회 부의장은 곧 유럽 주요 통신사들과 잇따라 만나 EU 초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EU 집행위원회 안팎에선 크뢰스 부의장이 통신 도매요금 상한가 감축과 로밍비 폐지라는 개혁 정책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 업계와의 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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