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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삐삐’는 살아있다
무선호출기 美서 600만대 사용
단순·편리성…의료분야등 건재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고 메일을 보내는 요즘, 휴대전화에 밀려 오래전에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무선호출기가 미국 주요 병원에서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무선호출기의 간편ㆍ단순ㆍ편리성 등 여러 특징이 응급상황이 빈번한 병원 의료진과 궁합이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최근 무선호출기가 휴대전화에 밀려 생활주변에서 거의 사라졌지만 의료산업 등 특정 분야에서만큼은 아직도 꾸준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삐삐’라 불리며 1990년대 초반 주요 통신수단으로 보급됐던 무선호출기는 1994년 절정에 달하며 미국 전역에서 6100만대가량이 이용됐다. 미국에서는 현재까지도 500만~600만대 정도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의사와 간호사 사이에서는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요 통신수단으로 무선호출기를 사용한다. 이들은 아직까지도 스마트폰과 함께 무선호출기를 들고 다닌다.

병원 관계자가 아직도 과거의 산물인 호출기를 가지고 다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호출기는 작고 가벼워 주머니에 넣거나 벨트에 찰 수 있다. 새로운 배터리로 갈아끼우기만 하면 돼 일일이 제품 규격에 맞는 배터리를 충전할 필요도 없다. 단순성도 편리함에 한몫하는데, 전화번호부 같은 복잡한 기능도 없고 이름이나 전화번호만 전송해 상대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시대에 뒤떨어진 통신수단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로널드 그루이아 프로스트&설리번 애널리스트는 “의사는 습관적인 사람들”이라며 “그러나 호출기를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많은 비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술연구조사기관인 포네몬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병원이 호출기 같은 시대에 뒤떨어진 통신체계를 선호할 경우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고 환자 대기시간도 길어져 한 해 약 83억달러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비효율적 통신체계로 인해 하루에 45분이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천은 “휴대전화가 연결되지 않는 지진 같은 응급상황에서도 호출기는 수신이 가능하나 병원 내에서는 통신이 끊길 경우가 거의 없어 호출기 외의 다양한 통신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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