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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극은 갖지 못한 자들의 장르…코미디 낮춰보는 풍토 무식한거죠”
내달 26일부터 공연…‘탈선춘향전’ 연출 이윤택
“우리 연극계에는 코미디를 낮춰보는 풍토가 있는데, 무식한 거예요. 코미디에는 그 민족의 모든 화법과 몸짓이 다 담겨있는데 왜 낮춰보는지 이해되지 않아요.”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61·오른쪽) 연출은 16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 ‘제3회 대학로코미디페스티벌’ 기자간담회에서 희극을 폄하하는 일부 연극계 시선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연희단거리패는 이번 축제에 전통 연희에 바탕을 둔 ‘탈선춘향전’을 올린다.

이 연출은 “(1990년대 연극) ‘오구, 죽음의 형식’을 올렸을 때 너무 웃다가 머리를 다친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원로 분들 중에는 ‘(연극에서) 왜 욕을 하느냐, 왜 웃기느냐’고 했다. ‘탈선춘향전’이 거칠다고 욕하는데, 셰익스피어 희극의 40%는 욕이다. 그럼 셰익스피어가 무식한 거냐”며 반문하며, “코미디는 아무나 웃길 수 없는 것이고, 인류학적 측면에서도 특유의 방식이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연출은 그러면서 “비극은 가진 자들의 문화다. 울 일이 없으니까 울면서 즐기는 거다. 희극은 갖지 못한 자의 장르다. 웃을 일이 없으니까 보면서 웃는 거다”며 희극론을 펴기도 했다.

그는 또 “우리 연극은 비극이 없다. 다 코미디다. 우리나라의 무수한 남녀상열지사가 희극이다. 소학지희(小謔之戱ㆍ소품없이 말과 몸짓으로만 재주를 부리는 풍자극)다. 그런데 조선시대 유학자들한테 꺾이고 대선배들이 천박하다고 눌러버렸다”고 역사적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한국코미디연구소가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 이제 연극사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실력 있는 극단이 코미디를 하고, 코미디를 격상시키는 대 반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탈선춘향전’은 부산 출신 작가 이주홍이 1949년에 쓴 원작을 바탕으로 했고, 2006년 이주홍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초연됐다. 여색만 쫓는 한량 몽룡, 그를 끌고 다니며 조롱하는 방자, 욕 잘하는 처녀 춘향, 천민자본주의에 물든 유흥업소 마담 월매, 은닉 재산 처분에 여념이 없는 몽룡 부친 이사또 등 고전을 뒤집는다. 광복 직후 부산에선 재담극으로 수차례 공연됐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방자 역은 베테랑 연극배우 김미숙(왼쪽)이 맡았다. 다음달 26일부터 9월 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1만5000원~3만원. (02)3668-0007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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