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청문회 발언두고 해석분분
‘시장 진화 소방수? vs 퇴임 앞둔 노병의 몽니?’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의 17일(현지시간) 하원 청문회 발언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모호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당분간 경기부양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기존의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양적완화 규모를 올해 하반기에 축소한 뒤 내년 중반에 중단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다 이와는 반대로 “필요하다면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채권 매입을 더 늘리는 등 추가적 경기부양 수단을 채택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는 경제 및 금융상황에 따라 결정된다”며 “미리 정해진 방향이 있는 건 아니다”고 말해 다시 한 번 불확실성을 키웠다. 버냉키 발언의 핵심은 “경제상황에 따라”로 요약되지만, 이 같은 애매모호함 때문에 뉴욕증시는 개장 초반 비교적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다 오후 들어 상승 폭을 좁히며 마감됐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버냉키의 발언이 연준 내 비둘기파와 매파를 모두 배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실업률이 6.5%로 떨어져도 노동참가율이 낮으면 금리 인상은 없다”는 버냉키의 발언이 연준 내 비둘기파를 배려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발언이 시장을 요동치게 했던 지난 3차례의 발언과는 달리 양적완화 유지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버냉키와 시장이 다시 친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레임덕에 빠진 버냉키가 건재한 재량권을 과시하려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러셀인베스트먼트의 스티브 우드 시장전략가는 BBC에 “버냉키 의장이 정책적 재량을 유지한 채 궁지에 몰린 사람으로 그려지지 않길 바라면서 의장직을 떠나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억만장자 투자자 케네스 랑곤은 지난달 미국 CNBC방송에 출연해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버냉키 의장이 지금 최후의 레임덕에 빠진 것 같다”며 “그가 뭐라고 말하든 그것은 일시적인 효과를 보이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