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그리스와 포르투갈 등 남유럽발 재정위기 공포가 재점화되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가 경기 부양을 위해 또다시 나라빚을 늘리려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베네수엘라 의회가 국가부채 상한선을 65%로 상향조정하는 법안의 표결에 돌입했다고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베네수엘라 의회는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도 회계연도 중간에 부채 한도를 증액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부채 한도 증액안은 올해 법적 상한선을 185억달러(20조6608억원)에서 305억달러(약 34조624억원)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늘어난 빚은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150만달러(16억7820만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 주택 수십만채를 새로 건설한다는 구상을 세워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증액안 통과를 위해서는 야당의 반대를 넘어야 한다. 야당은 악화된 대외 환경 속에서 굳이 부채를 늘리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승리를 위해 막대한 재정 지출을 감행했던 터라 추가 빚 부담은 버겁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베네수엘라 경제가 나날이 둔화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됐다. 베네수엘라의 경제성장률은 2011년 4.2%, 2012년 5.5%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다 올 상반기부터 기세가 한풀 꺾였다. 올해 베네수엘라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작년동기 대비 0.7% 줄어들었다. 지난달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베네수엘라의 신용등급을 ‘B+’에서 ‘B’로 한 단계 강등하며 “올해 베네수엘라 경제 성장률이 0%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상가상으로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베네수엘라 물가상승률은 5월까지 35%나 뛰어올랐다. 지난 2008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기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간 물가상승률이 30%를 웃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부채 한도를 올려 유동성을 과잉 공급했다가는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반대 여론이 거세지만 부채 한도 증액안 통과 전망은 밝은 편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사회당이 전체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베네수엘라의 부채 증액 ‘실험’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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