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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인소년’ 마틴의 사망...인종갈등으로 들끓는 미국
[헤럴드생생뉴스] 미국 사회가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17)의 총격 사망 사건을 계기로 거센 인종 갈등 사태를 겪고 있다. 비무장 상태이던 마틴을 총격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히스패닉계 백인 조지 짐머만(29)이 사건 발생 1년 5개월만에 무죄로 풀려난 것이 발단이 됐다.

정치권과 언론에 이어 유명인들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여론 진화에 나선 상태다. 문제는 인종차별이라고 보는 흑인사회의 분노가 거세 논란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14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평결 직후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을 중심으로 비판적 의견이 트위터에 잇따르고 항의시위도 지속됐다. 바베이도스 출신의 유명 흑인여성 연예인 리애나는 “가장 슬픈 소식”이라고 말했으며, 가수 마일리 사이러스는 “구역질이 난다”며 혐오감을 표현했다. 흑인 가수 존 레전드는 “가슴이 아픕니다”라고 썼다.

트리니다드 출신의 인기 흑인여성 래퍼 니키 미나즈는 “하나님께서 지금 이 시간 마틴 가족을 위로해 주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이런 유형의 부당한 일을 겪은 모든 다른 가족들도 위로해 주시기를 빕니다”라고 올렸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무죄 평결 다음날인 14일 성명에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선제 총격을 정당화하는 법률들을 폐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밤 평결 직후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뉴욕, 로스앤젤레스, 오클랜드.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시카고 등 전국 각지에서 무죄 평결을 비난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최대 규모의 시위가 열린 뉴욕에선 이날 밤 시민 수천 명이 자녀들을 대동한 채 유니언스퀘어에서 타임스퀘어까지 거리 행진했다.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시위대는 마틴의 얼굴이 그려진 피켓을 흔들었고, 일부는 찜통 더위 속에서도 후드티를 입고 마틴을 상징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선 약 150명이 고속도로를 가로막아 경찰과 충돌했다. 워싱턴과 필라델피아, 애틀랜타, 탤러해시 등지에서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이에 매체들은 이번 사건이 인종갈등, 총기 관련 법률의 허술함, 사법제도의문제점을 한꺼번에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하며 사회적 분열을 우려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레이번 마틴이 남긴 것’이라는 사설에서 이 사건이 “오늘날 인종 관계의 상태와 총기소유 허용을 둘러싼 싸움에 관한 슬픈 논평”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찌라시 돌리는 장사아치들(hucksters)과 정치 선동꾼들(political demagogues)이 한 소년의 죽음, 한 가족의 슬픔, 한 남자(짐머만)의 자유라는 비극을 악용했다”고 평가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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