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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는 국방도 ‘아웃소싱’? 무기 구매 업무 민간으로 넘기는 영국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국방의 의무가 국가에서 민간으로 넘어간다?”

언뜻 보기에도 말이 안 되는 이 일이 조만간 영국에서 실현될지도 모른다. 영국이 군무기 구매를 민간에 이양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가 12일(현지시간)부터 총 1590억파운드의 예산이 투입되는 군사장비 구매 업무를 민간 회사로 넘기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고 11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지금까지 영국의 군사장비 구매를 총괄하던 곳은 국방부 산하 국방장비지원(DE&S) 부서. DE&S 부서는 영국 육ㆍ해ㆍ공군에 투입되는 모든 장비를 구입 및 지원하는 곳으로, 한 해 예산으로 140억파운드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이 DE&S 부서를 민간 대리업체가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영국 정부의 구상이다. 지난 6월 필립 하몬드 영국 국방부 대변인은 DE&S 부서를 정부가 소유하지만 대리업체가 실질적으로 운영을 맡는다는 이른바 ‘GOCO 플랜’을 내놓아, 군사장비 구매 업무가 민간 업체로 넘어갈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영국 국방부를 대신해 군사장비 구매 협상부터 계약까지 주관할 대리업체로 최종 선택된 회사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DE&S 부서 앞으로 배당된 총 1590억파운드의 국방 예산을 주무를 수 있게 된다. 민간 업체가 군사장비 구매 및 관리 명목으로 매년 159억파운드의 국방비를 운용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영국 정부가 국방비로 쏟아부은 예산이 총 384억파운드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한 해 국방비 예산의 절반 가량이 민간 업체의 손에 떨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무후무한 이 국방 아웃소싱 사업에 현재 20여개의 군수업체, 엔지니어링업체 및 컨설팅업체가 이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군수업체 베첼, 엔지니어링업체 CH2M힐, 발포비티(Balfour Beatty), 컨설팅업체 캐피타, PA컨설팅 등이 협상대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최종 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기업 간 연합전선을 구축하려는 눈치싸움도 벌어지고 있다고 전해졌다.

영국 정부는 연말까지 이들 중 최종후보를 골라낸 뒤, 앞으로 18개월 이내에 국방 아웃소싱 사업을 최종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사업을 추진하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군수장비 구매를 민간이 맡는다는 개념이 생소하다보니 반발도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영국 국방부 측은 이 사업이 “초과 비용이나 불필요한 시간 소요를 막기 위한 일”이라고 설명하지만, “국방의 책임을 국가가 먼저 내버리는 일”이라는 반대 의견도 많다. 특히 후보업체 중 미국 기업들이 섞여 있다는 점 또한 영국 국민들의 우려에 불을 지피는 요소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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