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이집트 정국이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집트 군부의 개입으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축출되고 과도정부가 조기 출범했지만 무르시 지지파의 반발로 혼란과 폭력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특히 무르시 지지층이 군부 반대와 무르시 복귀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잇달아 열 예정이어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7일 AP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무르시 찬반세력이 금요 휴무일인 지난 5일 수도 카이로를 비롯한 주요 도시들에서 유혈충돌해 모두 36명이 사망하고 1138명이 부상하는 등 ‘피의 금요일’로 얼룩졌다.
사망자는 제2의 도시인 알렉산드리아에서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수도 카이로 7명, 동북부 시나이반도 6명, 서부 도시 이스마일리아 4명 등이다.
특히 카이로에서는 무르시 지지층인 무슬림형제단 조직원들이 자동소총을 사용한 것으로 목격됐다. 시민 칼레드 타우픽은 “충돌은 5일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다”며 “그들(무슬림형제단)의 총알은 떨어질 줄 몰랐고 우리를 테러하려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당시 충돌은 무슬림형제단 등 무르시 지지세력들이 카이로 타흐리르광장으로 행진하는 것을 주민들이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앞서 동북부 시나이반도의 알 아리쉬에서도 콥트교 신부가 이슬람 무장세력의 총격으로 숨졌다. 이는 무르시 축출 이후 처음으로 이슬람과 기독교 간 충돌에 따른 첫 사망사건이다.
이런 가운데 무르시를 지지하는 이슬람주의자들은 카이로 등 전역에서 또다시 무르시 복귀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혀 추가적인 유혈 사태가 예상되고 있다.
한편 이집트의 야권 지도자 무함마드 엘바라데이(71)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과도정부의 신임 총리로 지명돼 정국 수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엘바라데이는 “아들리 만수르 임시 대통령으로부터 내각을 구성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과도총리직을 수락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집트 이슬람 정당들은 이번 지명에 즉각 반발했다. 무슬림형제단이 만든 자유정당 관계자는 “우리는 쿠데타를 거부하며 엘바라데이의 총리 지명을 포함, 쿠데타에서 비롯된 모든 결과도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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