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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으로 집을 지은 남자
책, 당신에겐 어떤 존재인가?

[북데일리] 얼굴 전체가 책으로 채워진 기묘한 남자, 거기다 제목은 <위험한 책>(2006. 들녘)이다. ‘위험하다’란 말은 유혹과 같다. 그리하여 더 알고 싶어진다. 과연 저 남자에게 책은 어떤 의미이며 얼마나 위험한 존재일까.

 소설은 블루마 레논이라는 대학 강사가 차여 치여 죽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였다. 문제는 그녀가 ‘에밀리디킨슨’의 구판본 시집의 두 번째 시를 읽으려다 사고가 났다는 점이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블루마는 문학 때문에 목숨을 잃은, 책에 의한 희생자였다.

 블루마의 동거인인 화자는 그녀를 대신해 강의를 맡고 그녀에게 배달된 한 권의 책과 마주한다. 시멘트가 묻어 있고, 책엔 내가 모르는 낯선 남자에게 쓴 블루마의 메모가 있다. 그 남자는 누구이며, 이미 죽은 사람에게 왜 배달이 되었을까?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화자는 그 남자의 실체가 궁금해 긴 여정을 시작한다.

 책의 주인을 찾아 가는 과정은 서고와의 만남이었다. 화자가 만난 사람은 단순한 애서가들이 아니었다. 책에 중독 된, 그리하여 책에 미친 사람들의 서고는 거대한 성이었다. 책을 배열하는 순서, 고전을 읽을 때는 촛불과 고전 음악을 듣는다. 한 권의 책을 읽기 위해 그 책과 관련된 책을 20여권을 함께 읽은 그런 사람이다. 책 외에는 어떤 것도 의미가 없는 사람들. 심지어 그 남자는 벽돌이 아닌 책으로 집을 지었다.

 블루마를 사랑했던 남자, 그녀가 책을 보내 달라고 부탁하자 집을 부셔가며 그 책을 찾아 보낸 것이다. 한 권의 책을 찾기 위해 다른 책들은 찢기고 사라졌다. 책을 사랑했지만 그에겐 블루마에 대한 사랑이 더 컸다. 때문에 남자에게도 그 책은 위험한 책이 되어버렸다. 책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만이 책의 운명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말이 맞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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