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국가, 쿠데타놓고 모럴딜레마
이집트 사태가 임시 대통령 취임 등으로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에서 군부통치에 대한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서방국가는 이집트 사태 때문에 ‘모럴 딜레마’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이집트 사태가 냉전시대 도덕적 선택(moral choice)을 부활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논설위원 기드온 래치먼은 5일자 칼럼에서 “냉전시대 미국과 그 동맹국은 대안 부재로 쉽게 군부정권과 동침해 왔다”며 “소련의 붕괴로 우리는 이 같은 추잡한 선택에서 자유로워졌지만, 이집트 사태는 불행하게도 복잡성과 혼란 그리고 도덕적 타협이 국제 이슈에서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고 역설했다.
래치먼은 이집트 사태를 쿠데타로 규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명확한 도덕적 분류를 좋아하는 서방국가에 깊은 혼란을 주고 있다면서 “자유의 전사 vs 독재자, 민주주의자 vs 전제군주, 선 vs 악과 같은 도덕적 편가르기는 외교정책 이해를 쉽게 하고 자국민 설득에도 도움이 되지만 이 같은 단순한 도덕적 세계에서 쿠데타는 ‘악’이고 선출된 대통령은 ‘선’이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쿠데타의 ‘c’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그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미국이 ‘이집트 정부가 쿠데타로 전복당했다’고 말하는 순간, 이집트에 대한 원조를 중단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명시한다면 미국은 현행 법에 따라 오랜 동맹인 이집트를 상대로 한 연간 15억달러 규모의 군사 및 경제원조를 중단해야 한다. 미국의 법령은 선출직 지도자가 쿠데타에 의해 추방된 국가에는 원조를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년간 이집트를 통치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정권과 밀월관계를 바탕으로 중동에서의 입김을 키워왔다. 미국으로서는 이집트 군부가 중동외교에 있어 다른 어떤 대안보다 훨씬 유용한 수단이었던 셈이다.
미국 하원 공화당 2인자인 에릭 캔터(버지니아) 원내대표 역시 “이집트 군부는 이 지역 안정에 있어 미국의 오랜 핵심 파트너였고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기관”이라며 “민주주의는 선거가 전부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