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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투자은행, 아시아 ‘金금고’ 노린다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국제 금값이 날개 없는 추락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이 앞다퉈 아시아에 금보관소 개설에 나서고 있다. 세계 금소비 1, 2위국인 인도와 중국의 ‘황금사랑’이 쉽게 식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유럽 2대 은행인 스위스 금융기업 UBS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금보관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내 치안이 가장 좋은 프리포트에 위치해 있는 UBS 금금고는 60t(시가 24억달러ㆍ2조7228억원) 상당의 금을 보관할 수 있게 설계됐다. UBS는 싱가포르 외에도 홍콩에서도 이용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UBS자산운용의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지부 메니저인 피터 콕은 “최근 금값이 기록적인 폭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시아 투자자는 여전히 금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이들은 “집 근처에 금을 보관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UBS의 귀금속 금고가 위치한 곳은 스위스 밖에서는 싱가포르가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WSJ는 “UBS가 금에 대한 동쪽(아시아)의 비중을 확신하고 있다”며 “서방 투자자가 금을 내다팔고 있는 것과 달리, 아시아에서의 귀금속에 대한 수요는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세계 금시장에서 아시아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속컨설팅업체인 GFMS에 따르면 인도와 중국의 지난해 골드바 수요는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배 상승한 것이다.

인크레멘툼 리히텐슈타인자산운용의 로널드-피터 스토페르 공동 창업자는 “중국과 인도에서 소득이 오를 것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실질금리가 제로 혹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금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도이체방크와 JP모간체이스도 싱가포르에 금금고를 개설했다.

도이체방크는 “2010년 싱가포르에 200t 규모의 금보관소를 열었다”고 지난달 밝혔다.

이 같은 세계 유수 은행이 아시아 시장의 금보관소로 눈을 돌리는 데는 싱가포르의 정책적 지원도 한몫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세계 금무역의 허브를 꿈꾸며 지난해 금에 부과하는 세금 7%를 없애기도 했다. 이 같은 정책은 2012년 2%에 불과한 싱가포르의 금수요를 10년 내 최대 15%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금값은 지난 4월 33년 만에 최대 낙폭(13%)을 기록한 이래 6월까지 23% 하락했다. 이는 1970년대 현대적 금거래가 시작된 이래 최대 분기 낙폭이다.

하지만 콕은 “금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고객은 장기간 금을 보유하면서 안정성과 보안성의 혜택을 누리고 싶어한다”고 강조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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