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실업자 학살을 멈춰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30일과 1일(현지시간) 잇달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실업자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실업자의 삶은 결코 안락하지 않으며, 실업자를 정부 시책에 빌붙는 사람이라고 깎아내려서도 안 된다”며 이처럼 주장했다.
1일(현지시간) 발표된 6월 미국 제조업지수가 50.9를 기록, 전월 49와 예상치 50.6을 웃돌면서 확장세로 돌아서고 지난달 말 발표된 소비자 신뢰지수(81.4)와 미국신축주택판매(47만6000채)가 모두 5년 최고치를 갱신하는 등 미국 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는 실업률 문제가 미국 경기회복의 마지막 장애물로 여겨지고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실업자를 더 비참하게 만들어야 실업자 문제가 해소된다는 전제하에 실업자를 비난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며 “공화당 주도의 몇몇 주정부에서는 이미 실업자 수당 예산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실업자 수당 수령 기간을 줄일 뿐만 아니라 수령 액수마저 줄이고 있다. 장기 실업자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 예산은 7억 달러(약 7조95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수당 예산을 너무 줄여 주정부는 이 예산에 손을 안 대도 될 정도다.
크루그먼은 “이런 광경은 정말 대단한 구경거리”라면서 “장기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노스캐롤라이나를 비롯해 수많은 주정부가 실업수당 삭감 행렬에 동참하고 있고, 국회는 경제위기 기간에 도입된 각종 실업 관련 예산을 백지화하고 있다”며 공화당은 잔인함에 더해 비열함까지 갖췄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화당은 미국 시민 47%가 실업자를 빈대라고 생각한다고 믿으며, 단순히 오바마 대통령을 괴롭히려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의료보험을 반대할 정도로 잔인하다. 그러나 그런 잔인함에 더해 잘못된 경제분석을 바탕으로 이런 비열한 짓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안전망인 실업수당이 사지가 멀쩡한 사람들이 의존하는 도피처로 전락하고 있다’는 하원 예산위원장 폴 라이언(공화ㆍ위스콘신)의 말을 인용, “오늘날 보수 진영 측에서는 실업수당 때문에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구하려 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그러나 과연 누가 매월 1196달러(약 135만원)의 실업수당을 받는 삶에 만족하겠느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실업자의 삶을 살아보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크루그먼은 실업수당 예산 삭감으로 실업자의 삶이 더욱 악화된다고 새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라면서 실업자의 삶이 악화되면 결국 피해를 입는 건 현재 채용된 근로자들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업자가 넘쳐날수록 근로자의 가치가 떨어져 연봉이 삭감되고, 그러면 빚부담이 더욱 늘어 경기 침체의 악순환이 될 거라는 지적이다.
그는 그러나 실업자 처벌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이미 확고한 관점으로 무장하고 있어 어떤 방법으로든 그들을 설득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부지불식간에 이미 실업자에 대한 전쟁은 상당히 진척됐기 때문에 자기 글을 읽는 독자들은 이 상황에 대해 깨닫고 분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크루그먼 교수는 1일(현지시간) 기고문에서 발표된 실업률 수치에 드러나지 않는 가장 큰 문제는 구직을 포기한 장기 실업자가 구직자 그룹에서 빠져 정부가 발표하는 실업률에 반영이 되지 않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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