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한때 모바일 신화로 불렸던 블랙베리에 ‘죽음의 신호’가 울리고 있다.
2007년 미국 시장 점유율 40%를 기록하며 ‘오바마폰’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블랙베리가 삼성과 애플에 꺾여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블랙베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CNN머니는 1일(현지시간) “1분기 블랙베리 10버전을 탑재한 Z10의 판매량이 270만대에 불과했다”며 “지난달 28일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30%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발표된 블랙베리의 1분기 스마트폰 전체 판매 대수는 총 680만대로, 월가 전망치 750만대에 미치지 못했다.
브라이언 소치 투자 전략가는 “주가가 30%나 빠진 것은 앞으로 상황이 얼마나 절망적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면서 이는 “시장이 회사가 뭔가 기본적으로 잘못되고 있으며 시정이 필요하다고 알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BGC의 콜린 길리스 분석가는 “이것이 블랙베리 대장정의 끝은 아니지만 거의 저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랙베리는 초기 비즈니스맨의 ‘업무용’ 스마트폰 전략으로 성공했지만, 이후 개인 위주의 시장 트렌드를 놓치면서 주도권 싸움에서 밀렸다.
블랙베리 제조업체 RIM은 네트워크ㆍ보안 등 기존의 장점을 고집하면서 소비자 친화형 혁신을 외면했다. 일례로 지난 2010년 블랙베리의 복잡한 키보드 형식의 자판 인기가 떨어지고, 터치스크린 방식이 급부상할 것이라는 내부 보고서나 나왔는데도 묵살됐다.
또 RIM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을 무시하는 과오를 범했다. 블랙베리 보급에 중국 3대 통신사를 누락시켰고, 가격도 타사 제품보다 높게 책정해 중국인들의 구매 욕구를 떨어뜨렸다. 여기에 중국인들의 국민 앱으로 불리는 QQ앱 조차 블랙베리에서 실행이 되지 않아 사용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유럽 소비자들도 블랙베리에 등을 돌렸다. 블랙베리의 유럽 판매 점유율은 지난해 7.0%에서 올해 2.5%로 급락했다.
이같은 블랙베리의 침체 국면을 타개 하기 위해 소치 투자 전략가는 “회사를 매각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보유 자산을 팔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CNN머니는 블랙베리의 수익성 좋은 특허권과 기업 소프트웨어 솔루션, 31억달러에 달하는 현금 실탄 등이 실적 개선을 위한 강력한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