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때론 비참해요. 외출해서 여자친구에게 딱 한 잔 만 살 수 있어요. 영화도 없고, 주말도 없습니다.”
바실리 스톨리스(27)는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하지만 그는 석사 학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0년 부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음식점에서 일을 한다. 그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한 달에 단 350유로(약 51만원). 빠듯한 수입에 그의 입에서 탄식이 나올만 하다.
유럽의 실업률 증가와 함께 청년실업률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20~30대 고학력자들의 실업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유럽연합 통계기관인 유럽통계청(유로스타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7개국 유로존 5월 실업률은 지난달 12%보다 0.1% 상승한 12.1%로 나타나 EU가 1995년 실업률 발표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 중 유로존 25세 이하 청년실업률은 23.8%를 기록, 353만명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허덕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실업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 국가는 경제위기로 몸살을 겪은 그리스로 59.2%를 기록해 구제금융이 투입된 이후에도 쉽사리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스페인은 56.5%의 청년실업률을 보였고 이웃 포르투갈 역시 42.1%의 높은 실업률로 유로존의 극심한 경기침체를 반영했다. 이탈리아도 38.5%의 높은 실업률을 보인 반면 유로존의 수장 독일이 7.6%로 유로존에서 가장 낮은 청년실업률을 보였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20~30대 스페인의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는 40%, 그리스는 30%, 이탈리아는 20%가 넘는 것으로 전했다. 그리스나 스페인은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취직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직장을 구하지 못한 유럽 청년들도 부모로부터 생활비를 얻는다. 5년 전 그리스 테살로니키 대학을 졸업한 아르기로 파라스케바(29)는 “많아야 한 주에 30유로를 쓰고 대부분이 부모님의 돈”이라고 털어놓았다며 가디언은 보도했다.
유럽 청년들도 구직기간을 유예하기 위해 유학을 떠나기도 하며 대학원에서 인류학 박사과정에 지원한 한 구직자는 “적어도 공부를 하면 아무것도 안 한다고 느끼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대부분의 친구들이 미국, 영국, 남아메리카, 아시아, 스칸디나비아, 캐나다 등으로 공부하러 떠난다”고 전했다.
유럽의 높은 실업률은 장기 불황으로 이어진 성장률 정체에서 비롯된다. 지난달 ECB는 통화정책 이후 올해 유로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월 전망치 마이너스 0.5%보다 0.1%포인트 낮춘 마이너스 0.6%로 하향조정해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 둔화를 이끄는 것은 제조업으로,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로존 6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 확정치는 48.8을 기록 16개월만에 최고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50이하로 나타나 ‘경기위축’을 이어갔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