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
미국이 세계 최강국 지위를 중국에 내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30일(현지시간) 지적했다.
2000년대 초 저서 ‘소프트파워’에서 군사력 등 ‘하드 파워‘로 세상을 지배할 수는 없으며 문화와 가치관 등을 위주로 한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을 역설한 그는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새로운 종류의 미국의 힘’이란 글을 기고해 이런 생각을 밝혔다.
그는 “정치적인 불확실성을 제외하면 중국은 규모와 높은 경제 성장률 측면에서 국력이 확실히 커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를 갖게 되더라도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에 수십 년 뒤쳐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인당 국민소득은 한 나라의 경제 수준이 얼마나 성숙하고 세련됐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라고 덧붙였다.
그는 셰일가스 등 미국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 덕택에 미국 경제는 중국 경제보다 외부 충격에 훨씬 덜 취약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경제 성장으로 중국은 가용한 자원 수준이 미국에 근접할 수는 있으나, 리콴유 전 싱가포르 수상이 지적했듯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지위를 넘보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중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차지하더라도, 중국 경제성장만 보고 중국이 세계 최강국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미국의 군사력과 소프트파워, 중국의 지정학적 불리함 등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미국이 중국보다 훨씬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개방과 혁신을 강조하는 미국의 풍토다.
미국은 이러한 풍토 속에서 정치지도자의 오판 등 결정적 실수가 없는 한, 주요 동맹국들과 혜택을 주고받으며 현재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다는 것.
구조상으로 볼 때 국민 소득이나 경제 성숙도 면에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인 유럽과 일본이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라는 점 또한 미국의 무시할 수 없는 이점이다.
어느 한 나라가 우월한 지위를 갖지 못하도록 여러 나라들이 서로 세력을 견제해 균형을 유지한다는 세력균형론적 관점에서도 이미 세계 최강대국의 반열에 올라있는 미국에게 더 유리하다.
물론 미국은 재정적자, 교육, 정쟁 등의 내부적 문제를 갖고 있지만 이는 큰 그림의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여러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부정적 미래 보다는 긍정적인 미래가 더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부정적인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그럴듯한 것은 미국이 테러공격에 과잉반응해서 외부에 문고리를 닫아걸고 내부적인 문제에 침잠해 개방지향적인 정책으로 얻은 동력을 스스로 버리는 경우”라고 진단했다.
이어 나이 교수는 (미국의) 쇠락은 잘못된 비유이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를 잘 인식하고 있다면서 “연구개발(R&D)과 고학력, 기업활동 등의 선두주자로서 미국은 고대 로마와 같이 절대적인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미국이 앞으로 수십년간 어떤 나라보다도 강력한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제는 미국이 세계 유일 슈퍼파워로 최전성기를 누렸던 20세기 후반의 ‘아메리카 시대’가 아니고, 그렇다고 지금이 ‘포스트 아메리카 시대’도 아니다”며 “앞으로 미국은 유일하지는 않지만 국력 면에서 1위인 시대가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은 세계 최강국이지만 주변 국가들의 협력을 얻지 못하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역설적인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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