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전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과 외국 단편을 재해석한 ‘한국형 토종 코미디’ 5편이 무대에 오른다. 이들 작품은 공모전에서 16대의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됐다.
조선 시대 사건을 코믹 미스터리 수사극으로 풀어 낸 ‘안진사가 죽었다’(8월15일~18일), 안톤 체홉의 희극 단편을 모은 ‘14인 체홉’(8월17일~8월22일), 2009년 화제작 ‘삼도봉미스터리’(8월21일~25일), 춘향전을 비튼 ‘탈선춘향전’(8월26일~9월1일), 7년간 33만 관객을 동원한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8월28일~9월1일) 등이 참가한다.
‘안진사가 죽었다’는 1783년 음력 7월3일 황해도 송화현에서 진사 안종면이 흉기에 배가 갈려 죽은 채 발견된 실제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미궁의 사건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이중성, 다양한 인간군상을 드러내는 블랙코미디다.
‘삼도봉미스터리’는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로 갈라지는 삼도봉에서 토막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각 도의 4명의 용의자를 추적해가는 내용이다. 넷은 결백을 주장하며 당시 상황을 재현하는데, 이 과정에서 각 지역 사투리와 풍속, 습관을 엿볼 수 있다.
이윤택 연출이 이끄는 연희단거리패의 대표작 ‘탈선춘향전’은 2006년 초연 이래 서울, 부산, 밀양 등 각지에서 인기리에 공연됐다. 판소리 율격으로 기본으로, 시조창, 민요, 근대 가요를 형식에 담지만 내용은 여색을 쫓는 한량 이몽룡, 그를 조롱하는 방자, 욕 잘하는 춘향, 천민자본주의에 물든 월매, 은닉 재산 처분에 여념없는 몽룡의 아버지 등 관계를 전복해 현대 사회를 풍자한다.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은 선량한 소시민인 세탁소 주인이 도둑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물질만능주의 세태를 비판한 작품이다.
‘14인 체홉’은 ‘백조의 노래’ ‘담배의 해로움에 대하여’ ‘곰’ ‘청혼’ 등 4편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었다. 박정자, 최용민, 전미도 등 신구 배우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부대행사도 다채롭게 마련됐다. 축제 개막에 앞서 ‘전통예술을 통해 보는 풍자와 해학의 세계’에 관한 워크숍(7월29일~8월2일)과 축제 참가 극단이 참여해 한국적 코미디의 방향성을 모색해보는 세미나 ‘2013 오늘의 코미디’(7월23일)가 열린다. 또 ‘안진사가 죽었다’ 하이라이트를 공연하는 거리공연(8월11일)이 아르코예술극장 앞마당에서 펼쳐진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