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구전략·中 신용경색 여파 3년來 최저치 급락…안전자산으로서 투자매력 급감
한없이 잘 나가던 나는 ‘G2(미국 출구전략ㆍ중국 신용경색) 쇼크’로 바닥없이 추락하고 있다. 나는 금(金)이다. 나의 ‘황금신화’가 종말을 고하는 것인가. 2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45.30달러(3.6%) 떨어진 온스당 1229.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10년 8월 이후 3년래 최저치다.
금값은 지난 4월 중순에도 33년 만에 최대 낙폭(13%)을 기록, 시장을 패닉상태로 몰아넣었다. 금값은 지난 2011년 9월 온스당 1899달러를 찍은 후 21개월 새 35% 급락했다.
금값 추락의 주범은 ‘버냉키 쇼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에 안전자산 수요가 줄어든 것이 금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을 사는 이유는 세계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로 인한 유동성 공급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헤지 수단 측면이 크지만, 현재 미국의 인플레율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금에 대한 투자 매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귀금속 애널리스트 톰 캔달은 “장기 금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찾아 금을 팔아치우고 있다”며 “현재 상황은 한마디로 ‘조건부 항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 관련 상장지수상품(ETF)의 금 보유량은 올 들어 500t 이상 감소했다. 이는 전체 보유분의 20%에 해당한다.
달러 강세도 금값 하락을 부추겼다. 주요 6개국 통화와 연동된 달러인덱스는 0.43% 오른 82.94로 6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밖에도 세계 금 수입 1, 2위국인 인도와 중국에서 금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금값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인도는 사상 최대 경상수지 적자의 원인을 과도한 금 수입으로 보고 올 들어 금 수입 관세율을 두 번이나 인상했다. 이는 루피화 약세와 함께 금 수요 억제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은 자금경색으로 인해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금값 하락의 요인이 되고 있다.
앞으로 전망은 더 암울하다. 전통적으로 금에 대해 낙관적 자세를 취해 온 UBS는 금값 전망을 종전 온스당 1750달러에서 1050달러로 하향조정하면서 투자자들에게 금 보유량을 줄이라고 권고했다. 또 소시에테제네랄은 내년 금값이 온스당 1150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