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실업률과 낮은 경제성장률, 더불어 국채금리 급등 등, 악재가 겹치고 있는 유럽 경제의 회생을 주도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총선과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당성 문제에 직면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선거 운동에 돌입한 메르켈 총리는 자신이 강조해왔던 긴축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정부지출 확대 공약을 내걸며 야당의 비난을 받았다.
메르켈 총리는 일반 가정에 세제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과 도로 건설, 세제상의 불평등을 없애고 직장을 갖지 않고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을 위한 연금 등을 도입한다는 공약 등을 내걸었다. 이것 만으로도 대략 210억 유로(약 31조7600억 원)가 든다.
사민당과 등 야당은 “진부한 얘기와 공허한 약속”이라고 비판했고, 지그마르 가브리엘 사민당 당수는 “선거 사기 프로그램”이라고도 말했다.
슈피겔은 “메르켈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시기에 여당이 재정적인 책임을 대변하고 있다고 강조해왔고 남유럽국가들에는 긴축을 요구해왔다”며 “선거 캠페인 전략은 비싼 약속으로 가득차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 역시 26일 “독일이 계획을 변경하는 중인가”라며, 공약에 대해 “독일 경제를 다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과 달리 유럽경제가 깊은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유로존 수장으로서의 그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유로존 와해의 책임도 고집스레 긴축정책을 주장한 그에게 돌아갈 수 있다.
미국은 실업률이나 국내총생산(GDP) 등에서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유럽은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그리스와 스페인을 중심으로 국채금리마저 상승해 빚으로 허덕이는 중이다.
지난달 유로존의 실업률은 12.2%, 반면 미국은 7.5%를 기록했다. GDP성장률 전망 역시 유럽은 마이너스 성장(-2.7%)으로 고통을 겪는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탄탄한 성장률(3.2%)을 보이고 있다. 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1%를 넘었고 스페인도 5.05%를 기록했다.
WSJ는 EU 정상들이 27일 있을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럽의 국가 부채 문제보다 더 해결하기 어려운 위기에 직면했고 유럽인들은 지역을 통합하는 장점에 대한 믿음을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 60%, 이탈리아인은 75%가, 스페인과 독일은 각각 60%와 43%가 유럽 통합이 국가 경제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속되는 경제위기와 유로존 결속력 약화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ECB의 출구전략 시행은 “아직 멀었다”며 “지금과 같은 시기에 국채 매입 프로그램은 더욱 중요하다”고 말해 경기부양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