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개인정보 수집ㆍ감청(프리즘 프로젝트) 사태로 촉발된 ‘빅브러더’ 논란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계 대형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가 1300만명의 고객 정보를 제3자에게 판매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 주도의 불법적인 개인정보 수집ㆍ감청 파문에 이어 이번엔 세계적인 투자은행이 공개적으로 보유 중인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판매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개인정보의 이용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는 형국이다.
바클레이스가 판매할 고객 정보는 소비자들의 소비 습관에 관한 것들로, 현재 유통업체인 테스코 등이 이들 정보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클레이스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개인정보 수집 범위와 상세 내용에 대해, 고객이 은행의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사이트에 올려놓은 글뿐만 아니라 “고객의 사진이나 목소리 녹음”도 포함해 판매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고객이 제공한 모바일 기기 상세 정보로부터 나온 위치 정보”도 수집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바클레이스의 한 대변인은 ‘해로운 것’은 없고 고객으로부터 이익을 취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은행 측은 제3자에게 정보가 넘어갈 때 개인 사생활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바클레이스는 다른 회사들처럼 고객 정보를 내부적으로 사용했으나 제3자와 공유한 적은 없다. 고객 정보 판매는 오는 10월 9일부터 효력을 발휘할 예정이며 정부나 의회에도 정보가 제공될 수 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은행은 성명을 통해 “고객 정보를 수치화, 익명화, 종합화하는 방식으로만 사용할 것”이라고 했으나 “제품 판매나 마케팅에는 어떠한 개인정보도 제공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아니다”며 상업적 목적의 사용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영국 정보보호위원회(ICO)의 지침과 관계법에 따르면 ‘고객은 언제나 마케팅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고, 개인정보는 고객의 분명한 동의 없이는 누구에게도 전달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어 고객이 원하지 않으면 정보 제공을 거절할 수 있다.
바클레이스는 최근 고객 정보 판매를 위한 새로운 사업부를 꾸렸고, 대형유통업체인 테스코는 클럽카드를 가진 고객들에게 클럽카드TV 등 새로운 동영상 재생 사이트에서 타깃 광고를 하기 위해 바클레이스의 고객 정보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편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고객 정보 사용에 관해 서로 다른 정책을 가지고 있다. 마스터카드의 경우엔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사용하고 있으며, 웹사이트를 통해 거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