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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경제 회복, 역사적으로도 더디다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버냉키 쇼크’ 이후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진단을 놓고 ‘갑론을박’이 뜨거운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주목된다. 미국의 연방준비은행 총재들도 이례적으로 성급한 출구전략에 따른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쏟아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경제 장밋빛? 그러나…=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미국 경제 회복이 ‘슬로모션(Slow-motionㆍ느린 속도)’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저조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낮은 고용률, 지지부진한 임금 상승이 경기회복 심리를 반감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버냉키 의장이 미국 경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출구전략을 제시했지만, “미국 경제의 여정은 아직 길다”고 경고했다. 일자리, 중산층 가계수입, 산업생산, 주택가격이 여전히 침체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WSJ는 1970년 이후부터 경기 침체기에서 회복 국면으로 전환됐던 역사적 사례를 되짚어보며 2009년 이후의 4년차인 현재의 회복세는 평균치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진단했다. 


GDP 변화만 봐도 이 같은 현상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1973년 후반부터 16개월간 불황을 겪고 1975년 3월 본격 회복세에 진입했던 당시 GDP 성장률은 21.3%에 달했지만, 2009년 이래 4년의 경기회복 동안에는 8.2%에 불과했다. 이는 1970~2008년 평균치(15.9%)보다도 낮은 것이다.

Fed의 양적완화 축소에 발목을 잡고 있는 고용 부문도 마찬가지다. 2009년 이후 4년간 민간 고용은 5.4% 반등했지만, 이는 1975년(18.1%)과 평균치(10.2%)에 턱없이 못 미친다.

가계 수입과 임금 인상도 미온 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미국인의 58%는 아직 미국이 불황 속에 있다고 믿는다”고 WSJㆍNBC 여론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렇다고 미국 경제 낙관론이 완전히 힘을 잃는 것은 아니다. WSJ는 “2009년 중반에 시작된 회복은 소비자 부문보다 기업 부문에서 더 강세를 보였다”며 “주가와 주택가격 상승, 저물가에 힘입은 가계 순자산 가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셰일가스를 비롯한 미국의 에너지 붐과 부동산 시장 회복세가 경제 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출구전략 시기상조?=미국 경제의 느린 회복세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언급이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 충격이 올여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버냉키의 출구전략 시간표 제출은 성급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 정책에 처음으로 반대표를 던진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낮은 물가상승률을 우려하며 “연준은 순수하게 경제지표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면서 “캘린더로 정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며 버냉키에 반기를 들었다.

또 나라야나 코첼라코타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4일 “‘비정상적으로 낮은’ 단기금리를 더 오래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단기금리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던 중앙은행을 비난하면서 “낮은 단기금리 지속은 실업률 5.5% 이하가 될 때까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도 버냉키의 성급한 출구전략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스타 펀드매니저인 더블라인 캐피털의 제프리 군드라흐 최고경영자(CEO)는 “Fed가 자산매입을 축소할 수 있으나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 자산매입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그 어디에서도 인플레이션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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