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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리카락으로 작업했다고?…이세경의 ‘레콜렉션’프로젝트
[헤럴드경제= 이영란 선임기자] 하얀 도자기 접시 위에 앳된 소녀가 미소를 짓고 있다. 붓으로 그린 그림 같지만 머리카락을 일일이 이어붙여 만든 작품이다.

작가 이세경은 머리카락을 소재로 특이한 작업세계를 선보여왔다. 정갈하게 가꾸어지던 머리카락이 사람의 몸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순간, 몹시 불결한 대상으로 전락한다는 점에 주목한 그는 머리카락이 갖는 상반된 속성을 탐구해왔다.

그의 사유는 장식적 기능이 두드러지는 공예에 맞닿으며, 유니크한 스파크를 일으켰다. 유럽 최초의 자기(瓷器)인 독일 마이센의 꽃 문양, 17세기 네덜란드 타일화 이미지를 머리카락으로 정교하게 재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작업을 통해 이세경은 머리카락과 장식문양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전복시키면서, 시대 변천과 사회문화의 영향으로 그 의미와 형식이 마치 고리처럼 순환되는 공예의 패턴과 인간의 머리카락에 대한 인식을 새로운 각도로 제시했다.


그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송은아트스페이스 초대로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세경은 이번 개인전에서 도자공예의 대표적 문양을 머리카락으로 표현해 인식의 전환을 탐구한 대표작을 내놓았다. 또 대중과 함께 펼친 새 프로젝트 ‘레콜렉션(Recollection)’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사람들로부터 각자의 머리카락과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이미지(또는 글귀)를 받은 뒤 이를 도자기 위에 작업한 이번 시도는 머리카락에 대한 작가의 탐구가 이제는 개개인의 흩어진 시간을 작업을 통해 수습하며, 저마다의 추억을 모으는 매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는 8월 10일까지. (02)3448-0100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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