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아직도 처녀 보쌈이 횡행하는 나라가 있다.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일종의 ‘약탈혼’인 신부납치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는 23일(현지시간) “키르기스에서 매년 8000~1만 2000여 명의 여성이 신부납치를 당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5000여 명은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강제로 결혼을 하고 2000여 명은 성폭행을 당해 어쩔 수 없이 결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인 텡그리 뉴스에 따르면, 프리덤하우스의 스튜어트 칸 키르기스 담당관은 “신부납치는 범죄이자 노예제도”라며 당국의 안일한 대처를 비난했다.
키르기스에서는 관습혼인 신부납치 때문에 성폭행과 살인 등 범죄가 만연하고 있다.
12세기 유목민 시절의 전통에서 비롯된 약탈혼 관습인 ‘알라 카추(붙잡아서 뛰어라)’는 옛소련 시절 법으로 금지됐지만, 정상적인 연애 결혼이 어려운 경제력이 약한 남성들이 혼인의 한 형태로 아직도 선호하고 있다.
유엔 보고서를 보면 일부 지방에서는 결혼의 80% 정도가 납치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남성들이 최근 신붓감을 납치하는 과정에서 격렬히 저항하는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성폭행을 일삼고 심지어 목숨까지 빼앗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는 것.
키르기스 정부도 이처럼 신부납치가 극악한 범죄로 변질하자 지난해 17세 이하와 18세 이상의 여성 납치에 각각 최고 10년과 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최고 11년형의 가축 절도보다는 여전히 형량이 낮아 키르기스 정부의 신부납치 근절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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